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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우리산 252(完)

253.경남 창원 정병산(566m) 태풍오는 날의 청승맞은 우중산행

by 일신우일신1 2020.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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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정병산 (精兵山, 숨겨진우리산/300대명산 253번째)
2. 위 치 : 경상남도 창원시

3. 높 이 : 566미터
4. 산행일시 : 2019. 10. 2(수) 14:15-16:40 (2시간25분, 순수산행시간 2시간)
5. 산행거리 : 4.5Km
6. 산행코스 : 창원국제사격장 → 약수터 → 소목고개 → 정병산 정상 → 소목고개 → 창원국제사격장 (원점회귀)

7. 동행자 : 나홀로

 

 

- 창원 출장길에 정병산을 올랐다.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였건만 하필 태풍이 몰려오는 날이다. 고민 끝에 간단한 우중산행 준비는 했었지만 막상 비바람이 몰아치는 산길을 걷노라니 스스로가 한심스럽기도 하다. 그래도 왕복 10시간의 먼길을 와서 그냥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속옷까지 홀딱 젖은 채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정병산 정상을 올라 봤다는 보람만 남긴 셈이다.

 

- 정병산의 이름을 두고 지역에서도 말이 많은 모양이다. 일제시대에 처음 정병산이란 이름이 나왔으니 크게 설왕설래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막상 창원시에서는 결정을 못 내리고 있으니 참 답답하게 여겨진다.

광복 70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왜색으로 더렵혀진 산천의 이름을 되찾지 못한 것을 늘 통탄할 따름이다.

 

- 정병산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군이 이곳에 진지를 구축하고 군사훈련을 실시했던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처음 이름은 봉림산이라고 한다. 봉림산은 통일신라시대 말기 진경대사가 이 산자락에 세운 봉림사에서 유래된 듯하다. 당시 이곳에는 봉림사를 비롯해 많은 사찰이 들어서 불교가 융성했다. 그래서 고려시대 때는 부처의 어머니인 마야부인과 관련이 있는 전단산으로 불렸다는데, 창원 시민들이 뜻을 모아 처음 이름인 봉림산으로 다시 새기고 있다. 그래서 정상 표지석 앞면에는 봉림산(鳳林山)으로 표기되어 있고 뒷면에는 정병산으로 되어있다. 
정병산은 낙남정맥 구간이다. 뒤돌아보면 천주산, 무척산이 보이고 앞으로는 비음산, 대암산 등 정맥 산줄기가 끝없이 펼쳐진다. 비음산이 있는 동남쪽으로 직진해 헬기장을 지나 내정병산까지 가는 구간은 산세가 옹골차다. 독수리 바위를 비롯한 여러 암봉들이 가파르게 일어섰다. 그러나 계단과 로프, 쇠받침대 등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산림청 자료 참조)

 

- 정병산은 1934년에 간행된 『영지요선』에 전단산과 함께 정병산(精屛山), 그 후 『창원 군지』(1962)에 정병산(精兵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창원 도호부 권역 지명 연구』(민긍기, 2000)에 따르면, 정병산의 ‘정병(精兵)’ 혹은 ‘정병(精屛)’은 ‘증봉(甑峯)’의 현지음(징봉〉정병)과 유사한 한자음 표기로 이해된다.

증봉의 ‘증(甑)’이 ‘시루’이고 ‘증’으로 표기된 산 이름이 거개가 ‘수리·시리·사리’로 불리기 때문에 ‘증’은 수리봉의 ‘수리’를 나타낸 표기일 것이다. ‘수리’는 동(東)을 뜻하는 말로, 창원도호부 동쪽에 있는 산이기 때문에 방위 인식에 따라 수리봉[甑峯]과 같은 이름이 생겨났을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수리봉이 변한 것이 정병산이라고 하였다.

『창원 시사』(1988)에 나오는 ‘오합지졸정병어단산(烏合之卒精兵於壇山)’이란 구절에서 따와 정병산(精兵山)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내용은 정병산을 민간 어원적으로 해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지리지(慶尙道地理志)』(1425)에 정병산의 또 다른 이름인 전단산(旃檀山)이 나오는데, 유래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참조)

 

 

▼ 업무를 마치고 창원국제사격장으로 이동하였다. ▼

 

 

 

 

▼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정병산은 운무에 가려져 있다. ▼

 

 

 

▼ 어쩔 수 없이 운동화를 신고 왔더니 벌써부터 발이 젖어 들고 있다. ▼

 

 

 

 

 

 

 

▼ 넓은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약수터가 나타나고. ▼

 

 

 

▼ 물 한 모금을 마셔 봤더니 밍밍한 수준이다. ▼

 

 

 

▼ 지도로 익숙한 소목고개가 보이기 시작한다. ▼

 

 

 

▼ 소목고개로부터 오른쪽으로 꺾으면 본격적인 오르막이 시작된다.

우비를 걸치고 우산까지 들었더니 땀이 줄줄 흐른다. ▼

 

 

 

 

▼ 운동화가 미끄러워 조심조심 걷는다. ▼

 

 

 

▼ 익히 알고 있던 가파른 계단길이 시작된다.

계단은 거의 정상까지 길게 이어진다. ▼

 

 

 

 

 

▼ 꽤나 가파른 오르막이다.

주말마다 태풍에 비소식에, 9월 한 달을 얼렁뚱땅 쉬었더니 오랜만의 산행이 버겁게 느껴진다. ▼

 

 

 

 

▼ 창원 시가지도 빗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

 

 

 

▼ 흠뻑 젖은 돌계단을 운동화로 오르기에는 너무 미끄럽다. ▼

 

 

 

 

▼ 정상이 가까워지며 운무는 더욱 짙어지고. ▼

 

 

 

 

▼ 창원 시내 방향 조망도 이 모양이다. ▼

 

 

 

▼ 이런 나무계단이 나타나면 정상이 가까워진 신호이다.

실제 계단 중간쯤에서 트랭글 신호가 울렸다. ▼

 

 

 

▼ 사진에서 보았던 정상 옆 정자.

여기에서 잠시 쉬며 맥주 한 캔을 먹으려 했던 것인데, ▼

 

 

 

▼ 사방이 뚫린 정자 안으로 비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친다.

빗줄기가 거의 수평으로 흩날릴 정도로 바람이 강해서 도저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코 앞의 정병산 정상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릿하다. ▼

 

 

 

▼ 내정병산 방향 능선길.

원래 계획대로라면 저 길을 신나게 걸어봐야 하는건데... 아무래도 오늘은 글러먹은 것 같다. ▼

 

 

 

 

 

 

▼ 힘겹게 정상 인증샷을 남긴다.

핸드폰 셀카로 인증 사진을 찍는 일은 거의 없었거니와 오늘은 도저히 방법이 없다.

어찌나 비바람이 강한지 우산이 뒤집어지고, 그야말로 난리가 아니다. ▼

 

 

 

▼ 모든 것이 흐릿한 정상부를 떠나 하산하기로 했다.

오늘은 신발도 시원찮고, 능선을 걸어본들 뾰족한 수가 없으니 그냥 안전하게 왔던 길로 되돌아 가기로 했다. ▼

 

 

 

▼ 평소라면 창원시내가 한 눈에 보이는 기가 막힌 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

 

 

 

▼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무거운 카메라는 베낭 속에 넣어 버렸다.

이하 사진들은 모두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

 

 

 

 

 

 

 

▼ 물이 찍찍 묻어나는 운동화로 몇 번인가 미끄러지는 아찔한 순간이 지나고. ▼

 

 

 

▼ 잠시 어렴풋한 시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

 

 

 

 

 

▼ 멀리 소목고개가 보여 긴장이 풀리기 시작한다. ▼

 

 

 

▼ 왼쪽 사격장까지는 대로가 펼쳐져 있다. ▼

 

 

 

 

 

▼ 화장실을 스쳐 지나고, ▼

 

 

 

▼ 창원국제사격장 담벼락을 따라 내려간다.

산행 내내 총소리가 계속 들려 은근히 신경이 쓰였지만 이렇게 나름의 안전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

 

 

 

▼ 멀리 보이는 산자락이 장복산과 웅산인지..?

날씨만 좋았다면 오늘은 창원에서 하루를 묵고 내일 저곳을 올라 볼 요량이었다. ▼

 

 

 

▼ 돌아보니 정병산 정상부가 잠시 모습을 드러 내었다. ▼

 

 

 

 

 

▼ 다시 비구름에 휩싸여 버린 정병산의 모습을 돌아 보고. ▼

 

 

 

▼ 사격장 주차장에 마침 서 있던 택시에 올라 창원역으로 이동한다.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되는 저녁이어서 KTX는 일찌감치 매진되었으니 고속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철떡철떡 젖어 있는 옷을 제대로 갈아입지도 못한 채 밤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궁상맞고 처량한 산행기록을 완성한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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