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아미산 (娥媚山, 300대명산/숨겨진우리산 275번째), 고양산(高陽山·672m)
2. 위 치 : 강원도 홍천군
3. 높 이 : 958미터
4. 산행일시 : 2020. 9. 19(토) 09:50-14:55 (5시간5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20분 이내)
5. 산행거리 : 9.5Km
6. 산행코스 : 풍암교 → 고양산 → 662봉 → 덕밭재 → 849봉 → 삼형제봉 → 아미산 정상 → 남능선길 → 검산리
7. 동행자 : 경인솔방울산악회 26명
- 아미산은 백암산, 응봉상, 흥정산, 덕고사, 운무산, 수리봉 등이 사방으로 병풍을 둘러 친듯 거대한 분화구속에 싸여진 산이다.
산정에는 의좋은 삼형제가 풍암들판을 굽어보고 있으며 북으로는 가리산, 동으로는 계방산, 회령봉, 흥정산 줄기가 한눈에 들어오고 서쪽으로는 공작산을 조망 할 수 있다. 아미산 끝자락 해발 675m 고양산은 뭇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짧은 거리의 등산과 함께 깨끗한 내촌천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다. 장거리 등반을 즐기는 등산인들은 아미산 등반시 고양산 코스를 함께 할 수도 있다.(홍천군 홈페이지 참조)
- 오늘도 익숙한 인천의 산악회를 따라 나선다. 전염병 대란으로 모든 것이 조심스럽지만 버스에 탑승한 시간만 제외한다면 사실 사람과의 접촉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버스에서 마스크를 쓰고 침묵하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거니와 나는 산악회 버스를 타는 일은 크게 염려하지 않으려 한다. 그것이 바이러스 확산의 주요 경로였다면 매일 만원 전철과 버스로 출퇴근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위험에 노출되어 이미 수백, 수천만명의 확진자가 나왔을 것이다.
일단 들머리에 도착만 하면 일행과는 멀리 떨어져 홀로 걷는 나의 산행 스타일은 이미 오래 된 것이다. 인적없는 숲길에서 만끽하는 자유로움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다.
- 새로운 산행지를 찾게 되면 그 일대의 역사적 사건과 앞서 간 이들의 흔적을 떠올려 보려 노력해 왔다. 특히 이름없이 스러져 간 민중들과 패배한 이들의 잊혀진 삶의 외침들은 깊은 산자락에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홍천의 아미산에 주목한 이후 지도에 표시된 동학혁명 관련 유적을 보며 의아했었다. 동학전쟁이라면 전라, 충청 지역이 그 무대의 중심이요, 강원도에서의 투쟁은 거의 없는 것으로만 알았던 탓이다.
- 아미산 자락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서석면 일대 풍암분지야말로 120여년 전 총집결했던 강원도의 동학군이 비참하게 쓰러져간 역사의 현장이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동학혁명의 불길이 강원 지역에서도 맹렬히 타올랐었다는 새로운 깨달음은 물론이요, 당시 조선의 전지역에서 벌어진 민중 항쟁을 지역적 사건으로 축소, 은폐하려는 세력들이 있었음을 알게 된 것은 자못 충격적이다.
그들이 대지에 흘린 피가 자작할 정도여서 불리우게 됐다는 '자작고개'와 천하의 명당 풍암리 일대를 굽어 보는 아미산과 삼형제봉은 오늘도 시퍼렇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홍천의 노래]주현미 - 자작고개 (1999년)
▼ 오늘의 들머리 풍암교에서 올려다 본 고양산. ▼
▼ 오늘 걸어야 할 능선길이 한눈에 들어 온다.
왼쪽 고양산, 오른쪽 멀리 뾰족한 것이 아미산이다. ▼
▼ 내촌천 둑방길에 가득 핀 코스모스.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 보는 것도 참으로 오랜만이다.
7,80년대 중량천 둑길의 기억이 떠올라 새삼 아련한 느낌이다. ▼
▼ 코스모스의 환대를 받으며 사진으로 익숙한 숲길로 들어선다. ▼
▼ 멀리서 보았듯이 시작은 다짜고짜 오르막이다. ▼
▼ 능선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른다.
이 부근 어딘가에 천조단이 있을텐데 미처 생각을 못하였다. ▼
▼ 왼쪽으로 가면 우리나라 최고령 무궁화나무가 있다는데.. 사진으로 많이 보았으니 패스.
나는 그냥 직진하기로 한다. ▼
▼ 산행을 시작했던 풍암교가 내려다 보인다.
시작부터 산악회 일행들을 모두 보내고 뒤로 처졌더니 나홀로 적막강산이다. ▼
▼ 비참한 역사의 무대였던 풍암분지 일대 전경.
가운데 왼쪽 도로에 동학군전적기념비가 세워진 자작고개가 있다.
당시 관군의 기록으로 보아도 이 일대에서 사람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린 정도의 엄청난 학살이 있었던 모양이다.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기록이 거의 남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
- 풍암리 동학군전적기념비 소개자료 : 혁명조선 후기 동학농민군이 관군과 싸웠던 전적지이다.
고종 31년(1894) 교조신원운동의 실패와 전라도 고부군수 조병갑의 포악한 정치가 원인이 되어, 동학접주인 전봉준이 나라 일을 돕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게 하자는 내용으로 동학농민운동을 일으켰다.
당시 홍천 지방에서도 농민 운동이 크게 일어나 농민군의 일부가 관아를 공격하고자 산에서 내려와 장야촌까지 진군하였으나, 관군 총사령관 맹영재와 싸워 동학군 30여 명이 전사하였다. 여기에서 패한 동학군은 풍암리에 집결하여 최후의 항전지인 자작고개에서 김숙현을 중심으로 관군과 싸웠으나 끝내 패하여 동학농민운동은 실패하고 말았다.
1976년 자작고개에서 지역 주민들에 의해 유해 더미가 발견되었는데, 당시 사망자를 800여 명으로 추정하지만 부상자를 함께 묻었다고 하니 그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도 풍암리 주민들은 전투에 동학교도로서 참가하였다가 전사한 사람들의 제사를 음력 10월 20일부터 수일간 많은 집이 지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현재 이곳에는 동학군전적기념비가 있다.(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참조)
▼ 좌측 무궁화나무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면, ▼
▼ 오른쪽으로 바위구간이 자주 나타난다. ▼
▼ 고양산 정상 전망대의 모습이 보이고. ▼
▼ 고양산 정상에서 바라본 풍암리 일대 파노라마 전경.
가운데 멀리가 발교산, 운무산 방향이고 그 왼쪽이 태기산, 흥정산일 것이다.
피크렌즈를 몇번 써봐도 정확하지가 않아서 늘 눈대중으로만 짐작해 볼 뿐이다. ▼
▼ 사람이 없으니 인증샷 찍기도 번거롭다. ▼
▼ 고양산 정상에서 아미산가는 능선길은 급경사 내리막으로 시작된다. ▼
▼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면 제법 부담스러운 봉우리가 앞을 가로막기도 하고. ▼
▼ 이 곳이 덕밭재인가보다.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동학군전적기념비와 풍암2리로 이어지는 등로가 펼쳐진다. ▼
- 서석면 풍암리와 동학혁명 관련 자료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아래 링크들을 참조하시면 된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77279
http://www.hcsinmo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47
▼ 능선길은 은근히 지루하고 힘들다.
좌우 조망은 숲에 가려 있고 생각보다 오르내림이 많이 때문이다. ▼
▼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오늘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는 것이다.
능선길 좌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충분히 여유로운 기분이다. ▼
▼ 우뚝 솟은 아미산 정상부를 바라보며 잠시 탄식한다.
짐작은 했었지만 상당히 가파른 것 같은데...
아이고, 저기를 또 언제 올라가는고.. ▼
▼ 검산리에서 아미산 원점 산행을 한다면 가장 중요한 갈림길이다.
오를 때는 반드시 이 지점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겠기 때문이다.
실제 산악회 B코스 일행들이 반대로 진행하는 바람에 애를 먹기도 하였다.
이 지점부터 정상까지의 750m 구간이야말로 아미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하이라이트 코스이다. ▼
▼ 이런 구간들을 내려 오려면 훨씬 험난하게 느껴질 것이다.
검산리 원점산행이라면 이 구간은 반드시 올라가는 것으로 잡아야 할 것이다. ▼
▼ 우뚝 솟인 바위 위에는 기가 막힌 조망터가 마련되어 있다. ▼
▼ 북쪽 백암산, 소뿔산 방향 전경. ▼
▼ 지나온 능선길 파노라마 전경.
저 너머 어디가 공작산일텐데 구별은 못 하겠다. ▼
▼ 이번에는 진짜 아미산 정상이 나타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 부근 암봉들이 삼형제봉인가보다.
오르락내리락 걷고 있으면서도 도통 어디가 어딘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
▼ 그래도 밧줄이 늘어져 있으니 감사할 뿐이다.
멀리서 볼 때와 다르게 정상 부근에서도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어 어느덧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
▼ 다시 조망이 터진 암봉에서 바라 본 지나온 능선길.
좌중앙 멀리 뾰족한 것이 공작산이 확실한 것 같다. ▼
▼ 당겨본 내촌천 부근.
오른쪽이 산행을 시작한 풍암교이다. ▼
▼ 문득 풀밭 공터가 나오면 아미산 정상에 도착한 것이다.
여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검산1리로 가는 가장 무난한 길이 펼쳐진다. ▼
▼ 갈림길로 몇 걸음 되돌아와 하산을 시작한다.
정상석을 지나 동쪽 능선으로 진행하면 자칫 고생할 수 있겠기에 일찌감치 하산경로로 정해둔 길이다. ▼
▼ 잠시 급경사 내리막이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등로는 뚜렷하고 조금만 주의하면 크게 어려운 지점은 없는 구간이다. ▼
▼ 뱀 한 마리가 등로 한가운데를 지나다가 슬금슬금 옆으로 비키고 있다.
빨리 비키라고 발로 흙을 몇번 찼더니 나무 옆으로 돌아서서 대가리를 들고 정면으로 나를 째려본다?!!.
하~ 그 놈... 내가 뭐.... 쫄아서... 그런 건 아니고....
갈 길이 바빠서 얼른 지나쳤다. 정말이다. ▼
▼ 불편한 급경사 등로는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
▼ 포장도로가 시작되는 이 지점까지 대략 40분 정도가 걸렸다.
거리는 좀 멀지만 나머지는 평탄한 마을길을 걷게 되니 사실상 산행은 끝난 셈이다. ▼
▼ 돌아본 아미산.
자차로 온다면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 오는 것이 정답이다. ▼
▼ 아미산 정상부를 다시한번 돌아보고. ▼
▼ 우리 버스를 발견하고 산행을 마친다.
주어진 시간보다 30여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1,2분 차이로 내가 꼴찌란다..!
동홍천IC 부근 식당으로 이동하여 돼지불백에 소주 한병을 비우고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내가 극혐(?)하는 경춘고속도로 구간은 오늘도 막히고... 직접 운전하고 왔더라면 꽤나 피곤했을 산행지 하나를 편안하게 정리한 보람으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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