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구봉산 (九峰山, 200대명산 133번째)
2. 위 치 : 전라북도 진안군
3. 높 이 : 1,002미터
4. 산행시간 : 6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4시간 30분 이내)
5. 산행거리 : 7.1Km
6. 산행코스 : 양명마을 → 1, 2, 3, 4(구름다리), 5, 6, 7, 8봉 → 천왕봉(9봉, 정상) → 바랑재 → 양명마을
7. 동행자 : 느림보산악회 32명
- 전북 진안군 주천면과 정천면 경계에 우뚝 솟은 구봉산(九峰山)은 아홉 개의 봉우리가 시원한 조망을 보여주는 전망 좋은 산이다. 주봉인 천황봉(장군봉)과 8개의 봉우리는 설악산의 공룡능선처럼 험준하게 솟아 있는데, 각각의 봉우리에 오를 때 마다 서쪽으로는 복두봉과 운장산, 남쪽으로는 부귀산과 마이산의 두 봉우리가 선명하며, 동쪽으로는 덕유산을 위시한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펼쳐진다.
구봉산은 연꽃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천황봉을 제외한 8개의 봉우리가 막 피어오르는 연꽃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훌륭한 조망과 함께 북쪽으로 운일암 반일암계곡과 남쪽의 갈거리계곡 등 크고 아름다운 계곡을 끼고 있고, 용담댐과 메타쉐콰이어 길 등 볼거리가 많아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구봉산 남동쪽으로는 875년 창건한 천황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천황사 앞 전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산림청 자료 참조)
- 구봉산에 구름다리 공사가 진행중인 사실을 안 것이 벌써 1년 전이다. 기왕 갈 바엔 공사가 끝난 후 가리라 작정하고 구름다리가 개통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작년말쯤 개통 예정이었던 공사가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더니 드디어 8월 3일 일반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구름다리 개통후 맞는 첫 번째 주말, 익숙한 산악회 일행들과 구봉산을 찾았다. 100대명산을 주로 하는 산악회이지만 지난 5월에 구봉산을 추천한 내 이야기를 기억해 준 회장의 배려로 전국의 산악회로서는 아마도 가장 먼저 구름다리를 걸어 보게 된 것이다.
- 쌓인 숙취로 비몽사몽 졸다가 주차장에 도착하니 단체 버스는 한 대도 없고 승용차 서너 대가 주차되어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데다가 여름휴가 기간이어서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가 예사롭지 않다. 옷에 가려진 어깨가 실제 따가울 정도의 엄청난 더위가 느껴진다. 폭염의 절정인 오늘이니 각오는 충분히 하였지만 온몸을 휩싸고 도는 찜통더위가 숲속에서도 그 위세를 떨친 하루였다.
- 산행에 나선 일원들이 모두 더위에 녹아 버렸다. 특히 8봉을 지나 9봉을 오르는 500미터 구간은 지옥같은 경험이었다. 천둥 번개가 끊임없이 으르렁대고 급기야 세찬 소나기까지 내리는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바람 한점 없는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것은 새로운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하였다.
본래 몸에 열이 많아서 땀도 많고 더위에 약한 편이었지만 여성회원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산행 동반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괴로움을 호소한 것을 보면 오늘이 특별한 날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물론 두 달여간 산행다운 산행을 하지 못한 내 몸이 많이 흐트러진 탓도 클 것이다.
▼ 주차장에 도착하여 올려다 보니 하늘이 시퍼렇다.
따가운 햇살이 오늘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는 듯 하다. ▼
▼ 짧은 마을길을 지나 숲속으로 들어서니 곧바로 오르막이 시작된다. ▼
▼ 해가 들지 않는 오전의 숲속임에도 후덥지근한 열기가 대단하다.
순식간에 온몸이 땀으로 젖어 버렸다.
벌써부터 정상은 포기하고 중도에 내려 가야겠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
▼ 1봉 오르는 길에 당겨 본 구름다리의 모습. ▼
▼ 그럭저럭 오르다 보니 1봉이 바라다 보이는 지점까지 올라왔다.
이제 첫 번째 힘든 고비는 넘긴 셈이다. ▼
▼ 멀리 우리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의 모습이 내려다 보인다.
어느새 버스가 2대 정도 늘어난 모습이다. ▼
▼ 1봉 갈림길.
1봉까지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 왕복 10분 거리. ▼
▼ 1봉에는 작은 전망대도 설치되어 있다. ▼
▼ 갈림길로 돌아와 잠깐 오르면 나타나는 2봉의 모습.
길 한쪽에 숨어 있어 자칫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
▼ 2봉에서 올려다 보면 정자가 있는 곳이 4봉이다.
3봉은 그 전에 나타난다. ▼
▼ 뒤돌아 본 2봉의 모습. ▼
▼ 3봉을 지나면 잠시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
그렇더라도 봉우리의 간격이 너무 짧아 조금은 싱거운 느낌이 드는 코스이다. ▼
▼ 4봉 정상 구름정에서 한참을 쉬어 간다.
소주 몇 잔까지 마시고 나니 산행의 즐거움이 한껏 느껴진다.
간간히 바람까지 불어오니 신선놀음이 따로 있을소냐. ▼
▼ 구름정에서 바라보면 구름다리 너머 천왕봉이 앞을 가로막는다.
위압적인 모습이 살짝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지금 모든 관심은 잠시후 만날 구름다리에 쏠려 있다. ▼
▼ 오랜 휴식끝에 마주한 구봉산 구름다리 전경.
4봉과 5봉을 잇는 100미터의 길이는 국내 최장이라고 한다. ▼
▼ 되돌아본 4봉의 모습.
구름다리는 생각보다 견고하여 전혀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스릴감보다는 안정감이 강하게 느껴지니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도 쉽게 건널 수 있을 것이다. ▼
▼ 가야 할 방향.
6, 7, 8봉이 연달아 이어져 있다. ▼
▼ 뒤돌아 본 5봉의 모습.
4봉과 5봉 사이 절벽이 제법 깊은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는 거저 먹는 구간이 되었을 것이다. ▼
▼ 이렇게 보면 까짓 천왕봉도 조금만 힘을 내면 금방 오를 수 있을 것 같다. ▼
▼ 7봉으로 오르는 긴 계단이 잘 정비되어 있다. ▼
▼ 지나온 6봉과 5봉의 모습. ▼
▼ 7봉과 8봉 사이에도 튼튼한 목교가 설치되어 있다.
비록 무더위에 땀은 흘렸을지언정 지금까지는 거의 소풍 수준의 흥미롭고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
▼ 목교에서 뒤돌아 본 7봉의 모습. ▼
▼ 계단이 끝나면 8봉까지는 잠깐 올랐다가 내려와야 한다. ▼
▼ 8봉에 올라서니 이제 마지막 9봉, 구봉산의 지존 천왕봉이 온전한 모습을 드러낸다. ▼
▼ 8봉에서 제법 한참을 내려 오면 안부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특별히 정상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좌측 하산길로 들어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정표를 자세히 보면 구봉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500미터에 불과하다.
고도차가 거의 300미터인데 거리가 500이면.. 그 경사도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 정도 거리는 평소라면 늦어도 3,4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 여겼다. ▼
▼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지막 정상으로 오르는 길.
잠시 계단이 이어지는가 했더니 미끄럽고 가파른 급경사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문제는 빽빽한 나무숲 사이로 단 한 점의 바람도 불어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숲속이 어두워지더니 멀리서 천둥번개가 으르렁대기 시작한다. ▼
▼ 온몸으로 차오른 열기를 도저히 식힐 방법이 없다.
정말 한 줌의 바람도 없는 한증막이 이어진다.
갑자기 심한 허기까지 밀려와서 걸음을 멈추고 하나 남은 빵 조각을 허겁지겁 먹어야 했다.
너무 더우니 서서 쉬는 것도 고역이다. 게다가 모기까지 극성이다.. ▼
▼ 무더위 속 산행을 많이 했지만 이렇게까지 힘들었던 적은 없다.
급기야 양쪽 허벅지에 쥐가 날 것만 같은 통증이 밀려 온다.
생전 아팠던 적이 없는 부위이다.
진행 속도는 점점 더 느려진다. ▼
▼ 가파른 계단이 보이면 끝인가 했더니.. 아직 한참을 더 가야 한다. ▼
▼ 계단 위 조망터에서 바라본 구름다리의 모습.
어느덧 빗방울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
▼ 비가 쏟아지면서 사위가 뿌옇게 변해 버렸다.
오전의 맑은 햇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 천신만고 끝에 정상 직전 능선길로 올라 섰다.
오른쪽으로 가면 북두봉을 지나 운장산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능선에 오르고 나니 거짓말처럼 세찬 바람이 휘몰아 치고 있다.
시원한 느낌도 잠시, 강한 바람에 섞인 빗줄기 탓에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
▼ 8봉 지나 안부 이정표에서 이 곳 정상까지, 500미터 거리를 장장 1시간 반이 걸려 도착했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쉽게 그칠 것 같지 않아 본격적인 하산 차림으로 변경한다.
카메라를 아예 배낭 속에 넣고 우비도 꺼내서 발걸음을 서둘기로 했다. ▼
▼ 덕분에 천왕봉에서 바랑재까지 이어지는 능선 조망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은 사진 몇 장도 건질 것이 없었다. ▼
▼ 바랑재에서 좌측 하산길로 들어서니 또 거짓말처럼 바람이 사라져 버렸다.
워낙 가파른 내리막이어서 사진찍을 엄두도 못 내다가 한참을 지나 다시 카메라를 배낭에서 꺼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쪽 길은 정비가 시급해 보인다.
깎아지른 급경사에 자잘한 돌이 흘러 내려 엉덩방아를 찧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마땅히 의지할 곳 없이 10여명 일행들이 벌벌 기어서 내려 왔다. ▼
▼ 미끄럽고 위험한 급경사 내리막을 지루하게 내려 오면 계곡의 흔적이 나타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단 한 방울의 물도 흐르지 않는 마른 계곡이다. ▼
▼ 이 쪽 길을 지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또 하나의 증거.
동네 근처로 내려 오면 길이 점점 흐릿해 진다는 것이다.
수풀이 우거져 반바지로 노출된 종아리를 할퀴고 있을 정도이다. ▼
▼ 마을 아래서도 금방 눈에 띄는 구름다리는 지역의 확실한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 같다.
마이산, 운장산의 명성에 가려져 있던 구봉산 자락에도 바야흐로 전국의 산꾼들이 몰려 들 것으로 예상해 본다. ▼
▼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를 타고 가까운 운일암반일암계곡으로 이동한다.
알탕으로 땀에 젖은 몸을 식힌 후 오리고기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고는 버스에서 단잠에 빠져 들었다. ▼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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