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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200대명산(完)

[200대명산]경북 상주 갑장산(806m) 殘雪로 남은 나옹선사의 전설

by 일신우일신1 2020.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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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갑장산 (甲長山, 산림청 숨겨진우리산/200대명산 142번째)
2. 위 치 : 경상북도 상주시

3. 높 이 : 806미터
4. 산행일시 : 12. 5(토) 09:30 - 13:35 (4시간5분, 순수산행시간 3시간)
5. 산행거리 : 7.8Km
6. 산행코스 : 용흥사 주차장 → 상산 → 문필봉 → 갑장산 정상→ 나옹바위 → 시루봉 → 석문 → 용흥사 → 주차장    
7. 동행자 : 산내들산악회 18명

 

 

 

 

- 갑장산은 아름다움이 으뜸이요(甲), 사장(四長)을 이룬다는 뜻에서 그 이름이 비롯된 산이다. 고려 충렬왕이 승장사에서 잠시 쉬었다 가며 ‘영남의 으뜸 산’이라 하여 갑장이라 명명했다는 설도 전한다. 상산 삼악의 하나인 연악(淵岳)이라고도 한다. 연악이란 이름은 구룡연에서 유래되었다. 구룡연은 갑장사 뒤 사거리에서 웃승장 방향으로 50미터 정도 내려가면 우측에 있는데, 천제와 기우제를 지내던 신성스런 연못이다. 구룡연에서 북쪽으로 문필봉이 우뚝 솟아 있는데, 바위 3개가 붓처럼 뭉쳐져 있다. 이 문필봉의 정기를 받아 갑장산 주변에 장원급제한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여 장원향이라는 이름을 남기기도 하였다. 용포 쪽에는 백운 이규보가 1196년 요양하며 시를 남긴 용담사터가 있고, 승장계곡에는 옥류정과 승장폭포, 그리고 상주 사장사(四長寺), 갑장사(甲長寺), 승장사(勝長寺), 북장사(北長寺), 남장사(南長寺)) 중 하나였던 승장사터가 있다. 갑장산 정상 부근에는 고려 공민왕 22년(1373) 나옹선사가 창건한 갑장사가 자리 잡고 있다.(산림청 자료 참조)

 

- 아름다움으로 으뜸(甲)은 그렇다 치고, 사장(四長)을 이룬다 함은 과연 무슨 뜻일까. 산림청 자료에는 사장(四長)이 무엇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으므로 미루어 짐작할 수 밖에 없다. 

중국의 계몽운동가 梁啓超(1873~1929)는 일찌기 당나라 역사학자 劉知幾(661~721)가 주장한 사관으로서의 덕목인 삼장(三長)에 덕(德)을 추가하여 사장(四長)을 주장하였다. 역사를 기록하는 사관은 재(才)와 학(學), 식(識)을 겸비해야 한다는 삼장에 덕(德)을 추가한 것이 사덕(史德)-사학(史學)-사식(史識)-사재(史才)의 사장(四長)인 것이다.

 

- 근래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와 관련한 황당한 반동의 역사를 목도하면서 역사를 도덕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양계초의 사덕(史德)이 새삼 가슴을 치며 공감하게 되거니와, 도대체 산 이름의 유래에 난데없이 사관의 덕목인 사장(四長)이 등장하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되지 않는다.

갑장산이란 지명이 이미 15세기 조선시대 양반들의 유산기에도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보면 한참 후인 19세기 양계초가 주장한 사장과는 앞뒤가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산림청 자료에서 말하는 사장(四長)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것은 어이없게도 상주의 사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상주의 사장(四長)은 갑장사, 남장사, 북장사, 승장사 등 장(長)자가 들어간 네 곳의 절집을 말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갑장사, 승장사(터)는 갑장산에, 남장사, 북장사는 인근의 노악산에 있는 절이다. 사실 이또한 앞뒤가 안맞는 설명이긴 하다. 갑장사가 먼저 있고 이로써 갑장산의 이름이 유래했다는 것인데 유명한 절집 이름에서 비롯됐다는 산 이름이 종종 있는 것을 보면 얼핏 지나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갑장사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정리하고 갑장의 뜻을 설명하면 될 일을 구태여 갑장사가 포함된 사장을 이룬다고 그 유래를 들먹이는 것은 맥없는 순환논법의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 산을 다니면서 지명의 유래에 대하여 깊이 생각치 않고 방치된 사례를 자주 접하다 보니 어설픈 설명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답답한 것이다. 뭔가 말이 안되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야 하니 이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지역 주민들이 부르던 순우리말 지명이 한자를 숭상하던 조선 양반들에 의해 1차 왜곡되어 문자로 남아 있었으니 이를테면 말 따로 글 따로 이어져 오던 것이 일제에 의한 대대적인 지명 왜곡 작업과 주민 학살, 한국전쟁의 소용돌이까지 겪으면서 그나마 구전되던 지명들은 거의 말살된 것으로 보인다.

 

- 이병도로 상징되는 식민사관 사학자들이 우리 역사학계의 주류로 활동하고 있는 마당에서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현대 한글마저 일본인들이 체계를 만들어 줬다는 사실을 아직까지도 모르는 국민들이 대부분이다. 일제시대 한글학자들이 한글을 보존하기 위해 대단한 투쟁이라도 한 것처럼 착각하지만 어찌보면 한글학회야말로 친일파와 그 후손들의 집합소인 것이다.

백두대간을 극기훈련처럼 내달리며 자랑스러워 하는 것도 좋지만 선조들의 삶과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옛 지명에 대한 관심이야말로 우리 강산을 사랑하는 작은 실천이 될 것이며 이로써 이그러지고 뒤틀어진 우리의 근현대사를 바로 들여다 보는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 갑장산은 산악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이어서 산행 공지가 뜨자마자 유심히 보고 있었다.

아니나다를까 산행 전날까지도 신청자가 적어서 취소될까 마음을 졸였다.

오늘의 산행 들머리는 연악산식당이다. ▼ 

 

 

▼ 예상은 했지만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  

 

 

 

▼ 초반 오르막이 길게 이어지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흐린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불어 제법 쌀쌀하지만 모두들 옷을 벗어 배낭 속에 집어 넣는다.▼  

 

 

▼ 잠시 땀을 흘린 후 능선에 도착하니 길은 급격히 유순해졌다.▼  

 

 

 

 

 

 

 

▼ 첫번째 봉우리인 상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능선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와서 겨울이 왔음을 실감하게 한다. ▼   

 

 

 

▼ 멀리 용흥사와 주차장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는 오른쪽 능선을 따라 올라온 것이다. ▼  

 

 

 

 

 

▼ 상산을 지나면 문필봉이 앞을 가로 막는다.

눈쌓인 길을 세찬 바람까지 맞으며 걷다 보니 정신이 없다. ▼  

 

 

 

▼ 문필봉에서 바라본 갑장산 정상의 모습.▼   

 

 

 

▼ 승곡 표지판 직전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갔어야 갑장사를 볼 수 있었다.

갑장사의 존재를 잠시 깜빡하는 바람에 지나치고 말았다. ▼   

 

 

▼ 갑자기 시야가 트이며 헬기장이 나타난다.

갑장산 정상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  

 

 

▼ 갑장산 정상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 ▼   

 

 

▼ 산악회 일행들과 점심을 먹은 계단 중간의 육각정.

보다시피 유리창으로 모두 막혀 있어서 최고의 식사 장소가 되었다.

오늘처럼 무자비하게 바람이 부는 겨울날에는 정말 반드시 필요한 시설물이다.

이런 센스야말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배워야 할 모범사례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   

 

 

 

▼ 육각정에서 당겨 본 지나온 능선길.

상산 너머로 상주시내의 모습도 눈에 들어 온다. ▼  

 

 

 

 

 

 

 

▼ 갑장산 정사의 조망은 나무랄 데가 없다.

날씨가 흐린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  

 

 

▼ 정상석의 문구도 제법 특이하다.

자랑스럽게 영봉으로 부르는 상주시민의 긍지가 느껴진다. ▼  

 

 

 

 

 

▼ 정상부에는 데크와 나무계단도 설치되어 있다. ▼   

 

 

 

▼ 가야 할 시루봉의 모습. ▼  

 

 

 

▼ 나옹바위에서 바라 본 풍경.갑장사를 창건한 나옹선사가 앉아서 도를 닦던 바위라고 나옹바위다.나옹선사(懶翁禪師)가 누구인가. 공민왕의 왕사로서 무학대사의 스승인 고려말의 고승이다.그러나 나옹선사는 무엇보다 한 편의 詩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800년을 거슬러 나옹바위 옆에 서서 그가 바라 보았던 발밑 세상을 함께 내려다 보며 잠시 상념에 잠겨 보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怒而無惜兮 (료무노이무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   

 

 

▼ 나옹바위 아래로 내려가는 가파른 계단에서는 장쾌한 조망이 펼쳐진다. ▼  

 

 

 

▼ 계단을 내려와 올려다 본 나옹바위의 모습. ▼   

 

 

 

 

▼ 되돌아 본 나옹바위와 백길바위 등 갑장산 정상부의 모습.

 

 

 

▼ 시루봉에서 다시한번 뒤돌아 보고.

 

 

 

 

▼ 시루봉을 지나면 다시 유장한 육산의 풍모가 이어진다.

 

 

▼ 이런 바위들을 석문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 

 

 

▼ 또다른 석문의 모습.

 

 

 

▼ 능선을 따라 하산하다 보면 건너편에 갑장사와 상사바위가 보인다.이제서야 갑장사를 그냥 지나친 사실을 깨닫고 아쉬워 한다. ▼ 

 

 

 

▼ 사진의 왼쪽으로부터 따뜻했던 육각정과 갑장산 정상, 목교와 나옹바위가 한눈에 들어 온다.  ▼ 

 

 

 

▼ 시야가 트인 지점에서 건너편 능선의 갑장사를 잔뜩 당겨본다.산의 정상에 가까운 지점에 절을 세운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 

 

 

 

 

 

▼ 어느덧 눈이 사라져 가는 걸 보면 많이 내려 오긴 한 모양이다.

결국 아이젠은 끝까지 꺼내지 않았다. ▼

 

 

 

 

▼ 미끄러운 하산길을 부지런히 걷다 보니 용흥사가 보이기 시작한다. ▼ 

 

 

 

 

▼ 용흥사에서 주차장까지는 포장도로를 잠시 걸으면 된다.

 

 

▼ 눈쌓인 겨울산에서 철모르고 피어난 야생화.

꽃 이름은 전혀 모르겠다. ▼

 

 

▼ 비명은 연악산 용흥사로 적혀 있다.

 

 

 

▼ 산행을 마치고 후미를 기다린다.이 길은 계곡을 따라 갑장사로 오르는 길. 오늘 우리는 못 가본 길이다.

여름에 온다면 반드시 걸어봐야 할 코스일 것이다.

산행 들머리였던 연악산 식당에서 닭도리탕에 소주 한 잔을 거나하게 마시고 편안하게 버스에 오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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