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마대산(馬垈山, 1,000대명산)
2. 위 치 : 강원도 영월군, 충청북도 단양군
3. 높 이 : 1,052미터
4. 산행일시 : 2020. 11. 21(토) 10:07 - 13:47 (3시간40분, 순수산행시간 3시간)
5. 산행거리 : 8.3Km
6. 산행코스 : 베틀재 → 어둔이재 → 1015봉 → 마대산 정상 → 전망봉 → 처녀봉 → 선낙골 → 김삿갓 묘지 → 김삿갓문학관 주차장
7. 동행자 : 인천솔길산악회
- 근 한 달만에 산악회를 따라 나섰다. 산악회가 편안한 것을 새삼 실감한다. 게다가 인천에서 출발하는 산악회라서 감사함마저 느껴진다. 오늘 처음 동행한 산악회지만 산행리더께서 오래전 다른 산악회에서 만난 나를 기억해준 덕분에 조금은 익숙하게 여겨졌다.
- 시작부터 맥이 빠진다. 갑자기 카메라가 고장난 것이다. 느긋하게 산행을 시작하려다가 카메라가 이상하여 허둥댄다. 메모리카드를 빼먹은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카메라 자체가 문제를 일으킨 적은 처음이다.
그리하여 오늘 사진은 모두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다. 늘 그렇듯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일은 불편하고 재미없다. 사진 찍을 흥미가 사라진 산행은 밋밋하고 무료할 뿐이다.
- 1,052m의 마대산은 평생 삿갓으로 하늘을 가리고 팔도를 떠돌며 방랑생활을 했던 김삿갓 유적지가 자리를 잡고있는 곳이다. 등산로 초입이 되는 김삿갓 묘역 앞에는 수십 개의 자응과 돌탑 그리고 성황당이 있어 산행을 하기 전 차분히 소원을 빌어보는 것도 좋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우거진 급경사길을 올라 주능선 안부를 지나면 드디어 정상에 이르게 되는데, 정상에서는 태화산과 남한강을 따라 고씨굴 관광지가 한눈에 보인다. 특히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동강의 푸른 물결은 등반에 지친 가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하산길을 즐겁게 한다.(영월군청 홈페이지 참조)
- 마대산은 내 목표에는 없던 곳이다. 산림청 자료 350개에 인기100대명산까지 붙여 만든 산행목록이 거의 떨어져 가는 마당이니 이제는 미답지라면 대충 보고 따라 나서야 할 판이다,
오래 전부터 알고 있던 마대산은 이미 김삿갓의 산으로 유명하다. 하동면을 김삿갓면으로 바꿀 정도로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기 위한 주민들의 심사숙고가 있었을 것이다. 김삿갓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이러한 노력은 나름의 성과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산 하나를 인물 한 사람의 이미지로 도배하는 것에 대하여는 늘 석연치 않게 여겨왔다. 티끌만한 연고나 영향력도 없는 외부인으로서 왈가왈부할 주제는 못되지만 너무 단순화한 홍보전략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 마대산은 은자(隱者)들의 공간이었다. 상처입은 군상들을 말없이 품어 주던 최후의 피난처였던 것이다.
마대산 일대는 정감록(鄭鑑錄)에 난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十勝地)로 알려졌거니와 "寧越正東上流 可臧亂踪 無髮者先入則否(영월 정동쪽 상류로 어지러운 세상에 종적을 감출 만한 곳이나 수염 없는 자가 먼저 들어오면 안된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는 의풍(儀豊)을 가리켜 피장처(避藏處)로서 천하에 둘도 없는 명당이라 극찬하였다고 한다.(영월문화원 자료 참조)
- 마대산을 찾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김삿갓만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이다. 기묘사화 때 조광조의 후손들로부터 호적도 없이 떠돌던 양수척(陽水尺, 무자리)과 화전민, 임진왜란 난민과 구한말 의병에 이르기까지 생사의 경계에 내몰렸던 수많은 사회적 약자와 패배자, 무명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역사적 공간이 어찌 김삿갓이란 인물 하나로 상징될 수 있겠는가.
또 한편으로는 베틀재를 넘나들던 수많은 장사치와 소금의 이동 경로로써, 1907년 정미의병으로 일어난 피튀기는 항일전쟁의 무대로서 기억되는 역동적, 입체적 시공간으로서의 마대산을 연상, 고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략적 방법론으로써 '김삿갓' 브랜드의 '떡밥'은 충분히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떡밥(?) 자체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다양한 향토적 서사의 의미연관을 함께 조명, 안내하므로써 좀더 풍성하고 생생한 지역적 스토리텔링으로 온전하게 발굴, 완성하여야 할 것이다.
▼ 들머리인 베틀재에서 오작동하는 카메라로 씨름하는 사이에 산악회 멤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
↑↑↑ - 베틀재는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동대리에 있는 해발 651m의 고개이다. 백두대간에서 뻗은 형제봉과 마대산 사이에 있는 고개로, 마대산 북쪽으로는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형제봉의 동쪽으로는 경상북도 영주시 단산면과 마주한다. 이 때문에 베틀재는 충청북도, 강원도, 경상북도가 만나는 경계로 인식된다. 베틀재라는 이름은 고개를 넘는 길과 산지의 형상이 베틀을 닮았다는 데에서 유래했다.
https://ncms.nculture.org/castle-road/story/2031
▼ 카메라가 없으니 황망하여 만사가 귀찮다. ▼
▼ 왼쪽이 곰봉, 그 오른쪽이 어래산인가 보다. ▼
▼ 한참 뒤에 출발했지만 금새 후미 몇 사람을 추월하였다.
이 산악회 멤버들도 워낙 여유롭게 진행하는 편이다.
저 너머 가야 할 능선길이 멀게 느껴진다. ▼
▼ 등로는 희미하지만 충분히 걸을만 하다. ▼
▼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내린 후 주능선으로 오르는 마지막 비탈에서 땀을 쏟는다.
오늘은 놀 궁리만 하고 마대산을 역시 만만히 여긴 탓에 낙엽쌓인 급경사 오르막이 더욱 힘들게 느껴진다. ▼
▼ 지나온 길도 잠시 돌아보고, ▼
▼ 지도상의 1,015봉으로 추정되는 이 지점까지는 꼬박 1시간이 걸렸다.
오른쪽 끝이 가야 할 마대산 정상인가보다. ▼
▼ 버스 이동중 치악휴게소에서 상고대가 덮인 산봉우리를 발견했었다.
살짝 기대를 했건만 상고대는 흔적만 남긴 채 비처럼 모두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
▼ 북사면에 남은 상고대를 발견하고 잠시 기뻐한다.
하~ 이럴 때 카메라가 없다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
▼ 주능선 좌측으로 작은 암봉들이 근사해 보이지만 따로 가는 길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카메라도 없으니 조망도 필요없고... 접근해 볼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
▼ 북쪽 비탈에 덮인 상고대의 흔적들. ▼
▼ 그래도 올해 처음 만난 겨울꽃이 반갑기만 하고. ▼
▼ 문득 순백의 터널길을 만나고 홀로 환호한다.
또 고장난 카메라가 떠오르지만... 일단 아쉬운 생각은 접어 두어야지. ▼
▼ 상고대를 만난 반가움이 사실상 오늘의 유일한 보람으로 남았다.
이미 한 달 전부터 상고대를 만난 이들의 사진은 한둘 보았지만 직접 보는 느낌은 특별한 것이다. ▼
▼ 마대산 정상까지 가는 등로가 은근히 불편하지만 좌측 응달의 상고대를 구경하는 즐거움으로 진행 속도는 더욱더 느려지고 있다. ▼
▼ 정상을 알리는 트랭글 뱃지음이 울리고. ▼
▼ 정상까지는 정확히 1시간반이 걸렸다.
정작 평탄한 능선길에서 상고대 구경으로 시간을 지체한 탓이다. ▼
▼ 남한강과 고씨동굴 방향 조망.
왼쪽이 100대명산인 태화산이고 오른쪽에 망경대산이 있다. ▼
▼ 지나온 길에는 "등산로 아님" 표지가 세워져 있다.
그러나 오늘 상고대는 모두 저 너머에만 남아 있었으니 마대산을 정규 등로로 오른 사람들은 거의 상고대는 구경할 수 없었을 것이다.(물론 우리 외에 만난 등산객은 산행 내내 단 2명에 불과했다.) ▼
▼ 폰으로 고씨동굴 방향을 좀 당겨 보다가 만다.
이럴 때 250mm 렌즈가 있었더라면... ▼
▼ 카메라에 대한 미련을 자꾸 떠올려본들 속만 쓰려올 뿐이다.
휴대폰으로 대충 파노라마 사진을 만들고는 후딱 자리를 뜨기로 한다. ▼
▼ 가야 할 능선길은 대로 수준이다. ▼
▼ 김삿갓 집터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
▼ 내려다 보니 가파르긴 해도 비교적 잘 정비된 길인 것 같다.
오늘 산악회 멤버들은 대부분 저 길로 하산하게 될 것이다. ▼
▼ 능선길에는 겨우살이가 지천이다.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겨우살이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
▼ 산악회에서 준 왕김밥에 소주 한 잔을 마시고. ▼
▼ 홀로 점심먹은 장소에서 돌아본 정상부 갈림길. ▼
▼ 30여분 혼자 놀았더니 더이상 할 짓도 없다.
슬슬 처녀봉을 향해 하산하기 한다. ▼
▼ 겨우살이 군락이 눈길을 끈다. ▼
▼ 1,030m 전망봉으로 오르는 계단길. ▼
▼ 귀찮으면 전망대 바위를 우회하여 처녀봉으로 직행해도 된다. ▼
▼ 김삿갓 유적지 방향도 내려다 보이고. ▼
▼ 소나무있는 저 바위를 전망대라 하는 모양이다.
태화산에서도 그랬지만 자연 상태 그대로인 포인트을 전망대라고 안내하는 영월군도 참 염치가 없어 보인다. ▼
▼ 찬바람은 불고, 막상 전망 포인트에서는 딱히 볼만한 그림도 없다.
진짜 볼 것이 많았더라면 카메라 때문에 훨씬 약이 올랐을 것이다. ▼
▼ 처녀봉은 말만 봉우리일 뿐 지나는 길에 작은 언덕에 불과하다. ▼
▼ 쏟아지는 내리막을 조심스럽게 걸어간다. ▼
▼ 아직까지는 낙엽을 조심해야 한다.
발밑이 제법 불편하다. ▼
▼ 돌아 본 처녀봉. ▼
▼ 나무계단이 보이면 급경사 내리막은 모두 끝난 것이다. ▼
▼ 방금 나를 앞서간 산악회 일행 한 분이 포장도로에 서 있다. ▼
▼ 딱딱한 시멘트 도로에서 속도를 더욱 줄인다.
그저 멀쩡할 때 무릎을 아껴둬야 오래도록 산행을 핑계로 놀러 다닐 수 있는 것이다. ▼
▼ 계곡이 생각보다 훨씬 훌륭하다.
이런 정도의 환경이었으니 옛사람들이 그럭저럭 살아갈만 했을 것이다.
잠시 세수도 하고 나니 개운한 기분이 되었다. ▼
▼ 김삿갓 주거지로 이어지는 갈림길. ▼
▼ 보통 왼쪽으로 올라 오른쪽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산행 경로이다.
다리 밑에서 어둔골과 선락골이 합쳐지는, 일종의 두물머리 지점이다. ▼
▼ 김삿갓주거지 구경은 생략하고 바로 내려간다. ▼
▼ 물 한 모금을 마셔본다.
본래 산 아래 샘물은 안 마시지만 생각해보니 수락산 영원암 약수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셈이다. ▼
▼ 죽은 뒤 영화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 방랑시인 난고 김병연은 확실히 시대를 뛰어넘는 대중적 스타성이 있어 보인다. 끈질기게 무덤터를 찾아내서 지역적 브랜드로 재탄생시킨 향토사학자의 노고를 새삼 떠올려 본다. ▼
▼ 영춘면은 충청북도 단양군에 속해 있다.
김삿갓 스토리텔링을 영월군에 빼앗긴(?)데 대한 시샘은 크게 없는 모양이다. ▼
▼ 홀로 주차장에 앉아 관광팀을 싣고 다닐 버스를 기다린다.
30분 가량 기다리다 지루하여 남은 소주를 홀짝거리고 있자니 버스가 나타났다.
제천시내 (다담뜰)한식뷔페로 이동하여 소주 한 병을 더 마신 후 편안한 귀갓길에 오른다.
집에 오는 중에도 카메라 고칠 걱정에 뻔한 인터넷을 뒤적여 본다.
펜탁스는 꼼짝없이 을지로까지 움직여야 하니 여러모로 번거롭게 생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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