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흑성산(黑城山, 1,000대명산)
2. 위 치 : 충청남도 천안시
3. 높 이 : 519미터
4. 산행일시 : 2020. 12. 12(토) 08:45 - 12:55 (4시간10분, 순수산행시간 3시간20분 이내)
5. 산행거리 : 12.5Km
6. 산행코스 : 각원사 → 대머리봉 → 태조산 → 아홉싸리고개 → 흑성산 정상 → 전망대 → 독립기념관 주차장
7. 동행자 : 경인솔방울산악회 16명
- 흑성산(해발 519m)은 동쪽으로 산방천을 넘어서 은율산이 솟아있고 북쪽으로는 천안시의 진산인 태조봉을 거쳐 성거산이 바라다 보이며 서쪽에는 마점산 너머로 천안시가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남쪽으로는 승천천을 건너서 취암산과 고려산으로 연결된다.
흑성산 정상에는 석축둘레 2,290척, 높이 6척의 성터가 있었으나 지금은 일부만 남아있고 성내에는 지지가 있다. 흑성산의 본래이름은 검은산인데 이 산을 중심으로 김시민, 이동령, 이범석, 유관순, 조병옥 등 많은 구국열사가 배출되었으며 일제때 '검다'는 뜻을 그대로 옮겨서 '흑성산'으로 바꾼것이다.
풍수지리상 이곳은 서울의 외청룡에 해당되고 금계포란형 즉 금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의 명당 길지로서 '좌우동천승적지'라 하였다.
여기서 좌우동천승적지는 석천리와 지산리의 승적골을 말하는데 석천리의 승적골은 5목(덜목, 제목, 칙목, 사리목, 돌목)의 사이에 사람이 살기 좋은 땅이 있기 때문이며 이곳에 독립기념관이 들어서게 된 것과 관련하여 암행어사 박문수의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영조때 암행어사 박문수가 죽자 그의 묘소를 지금의 독립기념관 자리에 정하였는데 이때 어느 유명한 지관이 이곳은 2~3백년 후에는 나라에서 요긴하게 쓸 땅이므로 그때가면 이장을 해야되니 이곳에서 십여리 동쪽에 묘를 쓰라고 권하여 지금의 북면에 위치한 은석산에 묘소를 정하였다고 한다.
과연 '검은성'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국가적 사업에 의한 독립기념관이 들어서니 풍수지리상 명당 길지인 이곳이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천안시청 홈페이지 참조)
- 전염병이 창궐하니 이번 주부터는 산악회를 피할 요량이었다. 성원이 된 서울쪽 산악회는 일찌감치 신청을 취소했다. 혹시 몰라 예약해둔 인천 지역 산악회는 신청자가 12명에 불과하니 응당 취소될 것으로 여겨 놔두었던 것인데... 금요일 오전, 예정대로 출발한다는 문자가 왔다!!?
기껏 적은 인원으로 진행한다는데 나까지 출발 하루 전에 취소하는 것은 아무래도 의리가 아니다. 왕복 버스타는 시간이 출퇴근하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며 얼씨구나 결국 따라 나서게 되었다.
- 흑성산은 내 산행목록에 없지만 천안 태조산 일대는 20대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태조산 아래 중앙소방학교에서 공무원 신임교육을 받은 것이 어느덧 30년 전이라는 사실이 영 실감나지 않는다. 세월의 덧없음을 한탄할 것도 없이 나이에 관한 한, 나의 인지부조화가 심각한 수준임을 새삼 깨닫는 하루가 되었다.
▼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추억의 장소 각원사.
평소처럼 산악회 일행들이 모두 시야에서 사라진 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
▼ 각원사 청동좌불상은 1991년 이후 처음 만나게 되었다.
당시에는 동양최대의 좌불상으로 알려져 있어 교육 막바지에 행군을 하며 들렀던 장소이다.
말이 신임교육이지 1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입교해서 마치 휴가라도 받은 것처럼 여유가 넘쳤던 시절이다.
(어찌나 좋았던지 65kg이 안되던 몸무게가 불과 몇 주만에 7,8kg이나 늘어 버렸다.)
사진도 여러 장 찍었는데 어디에 뒀는지 찾을 수가 없다. ▼
▼ 현대에 이르러 조각된 마애불.
개성박물관 왕건 청동상이 모델이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모양이다. 즉 왕건의 얼굴인 셈이다. ▼
▼ 익숙한 길을 홀로 걷는다.
몇 년 전 여름에도 성거산을 거쳐 땀을 흘리며 걸었던 길이다. ▼
▼ 오른쪽 성거산으로부터 이어지는 능선길. ▼
▼ 왼쪽으로 태조산 정상이 나타난다. ▼
▼ 태조산 정상 도착.
각원사에서부터 1시간 정도 걸렸다. ▼
▼ 전망봉에서 처음으로 시원하게 조망이 트였다.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라 온 세상이 뿌옇다. ▼
▼ 돌아 본 태조산 정상부. ▼
▼ 용연저수지와 그 너머 은석산의 모습. ▼
▼ 30년전 행군훈련중 휴식하며 사진을 찍은 장소가 용연저수지였음을 이번에 확실히 알게 되었다. ▼
▼ 가야 할 흑성산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법 땀을 흘려야 오를 수 있을 모양이다. ▼
▼ 터널 위 '독립종주로 생태통로'를 통과하면 흑성산까지는 내내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
▼ 돌아 본 모습. ▼
▼ 쉬지 않고 헬기장까지 단숨에 올랐더니 땀이 뻘뻘 난다. ▼
▼ 헬기장에 앉아서 탁 트인 조망을 감상하며 느긋하게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오른쪽 멀리 성거산, 가운데쯤 태조산 너머 왕자산도 식별된다. ▼
▼ 당겨 본 성거산 정상.
정상부 군 시설물은 정작 성거산을 올랐을 때는 보지 못했었다.
교묘하게(?) 시설이 은폐되도록 등산로가 펼쳐져 있었던 모양이다. ▼
▼ 성거산에서 만일고개를 지나 태조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당겨본다. ▼
▼ 실제 정상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오른쪽으로 우회한다. ▼
▼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서 바라본 천안 시내의 모습. ▼
▼ 계단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진행한다. ▼
▼ 천안시의 정상석은 모두 같은 모양새이다.
통일성도 좋지만 디자인이 좀 구리다 아쉽다. ▼
▼ '박문수의 산' 은석산도 역광과 미세먼지 속에 희미한 모습이다. ▼
▼ 순광으로 바라본 흑성산 정상부. ▼
▼ 전망대 표시를 따라 오른쪽으로 한 바퀴 빙 돌아간다. ▼
▼ 좋은 위치에 전망대가 있지만 오후에는 늘 역광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 독립기념관도 이런저런 추억이 걸려 있다.
공무원 신임교육을 마치고 동기 한 명과 꽤나 많은 사진들을 찍기도 했었다.
가장 최근에는 10여년 전 아이들을 데리고 하루를 보내기도 하였다. ▼
▼ 왼쪽 단풍나무숲길로 내려간다. ▼
▼ 가파른 내리막을 지나 독립기념관 경내로 들어섰다. ▼
▼ 아하, 이것을 단풍나무숲길이라 부르는 것이었구나.
독립기념관을 한 바퀴 도는 코스임을 대번에 이해하였다.
단풍나무 아래에는 철쭉이 심어져 있으니 봄철에도 근사한 모습일 것이다. ▼
▼ 당겨본 흑성산 정상부. ▼
▼ 해체된 경복궁의 건축자재들. ▼
▼ 산악회 일행들의 사진 놀이가 한창이다. ▼
▼ 모조 광개토대왕비.
중국 집안에서 본 진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모습이다. ▼
▼ 거의 15년 전, 그때도 광개토대왕비가 있었다.
IT회사 창업 7년차에 주말만 되면 온가족을 끌고 많은 여행을 다닐 무렵이었다.
오른쪽에 날뛰고 있는 꼴통같은 놈 꼬맹이는 둘째 녀석이다. ▼
▼ 독립기념관을 둘러 보는 중에도 수많은 상념이 머리를 스친다.
문득 나이 40에 요절한 어떤 이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저며온다. ▼
▼ 산행후 아우내장터로 이동하여 병천순대국에 소주 한 병을 마신다.
식당 바로 뒤에 있는 아우내 독립만세운동 기념공원의 모습.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귀가하니 만사가 여유롭다.
아련한 그리움으로 먹먹해진 遊山의 하루를 씻어내고 속세로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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