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게임이 인천에서 열리는데 전혀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일. 모임을 겸하여 경기 관람에 나섰다. 생각해 보니 나름 스포츠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했음에도 유도 경기장을 찾은 건 난생 처음이다.
사실 한 종목 보려고 경기장을 찾는 것보다는 집에 드러누워 TV채널을 돌려 가며 이런 저런 금메달따는 순간을 즐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생각하고 관람을 마친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아시안게임 경기를 직접 보았다는 보람은 충분하다.
- 집에 도착하니 비슷한 시각 태국과의 야구 경기를 보고 온 작은아들 녀석이 씩씩거린다. 워낙 약체와의 경기라 어지간히 싱거웠던 모양이다. 입장권 판매가 부진해서 인천시 공무원들도 비상이 걸렸다더니 단체 관람객도 많아서 그럭저럭 관중석은 채워진 것 같다. 유도 경기장도 만원 관중에 육박할 정도.
- 전날 유도에서는 4명이 결승에 올라 3개의 금메달이 터졌다. 오늘도 그 정도 결과가 나오면 구경하는 입장에서는 대박인데... 경기 결과를 살펴 보니 모두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서 결승 진출자는 단 한 명뿐이다. 그나마 한 명이라도 올라간 게 어디냐. 위안을 삼으며 촌놈처럼 경기장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 유도 경기가 열린 인천 도원실내체육관.
예전 기억에 남아 있는 허름한 모습은 찾아 볼 수 없다. ▼
▼ 경기 시작전 작은 공연이 펼쳐진다.
음악 소리가 너무 크다. ▼
▼ 건너편에 북한 유도 관계자들이 보인다.
북한도 오늘 유도에서의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
▼ 일본 응원단의 모습. ▼
▼ 드디어 경기가 시작된다.
동메달 결정전이 계속 이어진다. ▼
▼ 첫 경기는 90kg 남자 경기.
곽동건이 승리하고 동메달을 딴다. ▼
▼ 여자 78kg 경기에서는 일본 선수가 몽골 선수를 누르기 한 판으로 간단하게 이기고 동메달을 가져갔다.
오늘은 유난히 많이 모인 몽골 응원단의 탄식이 이어진다.
유도에서 가장 비참한 패배가 누르기에 의한 것이다. ▼
▼ 100kg 남자 경기에서는 조구함이 업어치기 한판으로 승리하고 동메달을 땄다. ▼
▼ 78kg 여자 경기에서는 김은경이 치열한 다툼 끝에 동메달을 추가한다. ▼
▼ 동메달을 딴 김은경이 유난히 힘겨워 보인다.
그녀가 잠시전 예선에서 어깨가 탈구된 상태로 이번 경기를 치뤘다는 장내 멘트가 나온다.
그렇게 큰 부상을 입고도 여러번의 공격 득점까지 기록했다니..
커다란 박수의 물결이 체육관을 가득 채운다. ▼
▼ 100kg 이상 남자 경기는 김성민이 승리하고 동메달을 땄다.
동메달 결정전은 지금까지 전승이다. ▼
▼ 바로 옆 매트에서 펼쳐진 또다른 100kg 남자 경기에서는 우즈벡 선수가 시원한 한판으로 승리하고 포효하고 있다. ▼
▼ 드디어 결승전 경기가 시작된다.
일본 요시다가 승리하여 오늘의 첫 금메달을 가져간다. ▼
▼ 두번째 결승전은 드디어 우리나라 선수가 출전한다.
하필 남북 대결이다. 한일전쯤 됐으면 신나게 응원했을텐데..
78kg급 정경미와 북한 설경의 대결이다. ▼
▼ 북한 관계자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스친다. ▼
▼ 동메달 결정전은 두 매트에서 동시에 진행되더니 결승전은 한 곳에서만 진행된다.
바로 옆에 시상대가 미리 설치된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
▼ 결국 정경미가 승리하고 금메달을 딴다.
피차 공격 포인트없이 지도 하나를 덜 받아 이겼으니 썩 개운한 것만은 아니다.
어쨌든 금메달따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았으니 오늘도 본전은 뽑았다. ▼
▼ 정경미는 우리나라 여자 유도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경기장 입장 전에 우리 일행 한 사람이 정경미와 사진을 찍었는데 그 선견지명이 놀라웠다.
(사실은 어제 금메달 딴 선수인줄 알고 함께 찍었다는데 그녀가 바로 정경미였던 것.) ▼
▼ 북한 임원진을 슬쩍 쳐다보게 된다. ▼
▼ 퇴장하는 북한 설경의 옆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
▼ 오늘의 첫번째 시상식이 이어진다. ▼
▼ 동메달리스트 곽동한. ▼
▼ 유난히 몽골 관중이 많다 했더니 몽고 선수가 결승전에 출전한다.
몽고인들의 함성이 커진다. ▼
▼ 몽골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순간 몽골 응원단이 환호한다.
그들의 이번 아시안게임 3번째 금메달.
이로써 몽고가 한중일에 이어 메달 중간집계 4위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
▼ 우리 정경미와 북한 설경이 시상식을 준비하고 있다. ▼
▼ 시상식을 시작될 무렵 관중석을 보니 북한 관계자들이 모두 사라졌다.
애국가를 듣고 있을 수 없어서일까.
남북한이 동시에 오르는 시상대, 은메달도 충분히 축하받을 업적인데 웬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 남과 북, 중국, 일본까지 동북아 4개국의 국기가 나란히 오르는 모습이 이채롭다. ▼
- 안 됐지만 나머지 경기는 패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음식을 전혀 준비하지 않았더니 배가 고파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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