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덧 백두산 여행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통화 호텔에서 5시부터 일어나 일찌감치 단동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어젯밤 너무 늦게 숙소에 들었기에 모두들 지친 표정이 역력하다. 그러나 어제 천지를 볼 수 있었기에 아무런 아쉬움도 없다.
- 이번 일정에서 처음으로 달리게 된 고속도로는 한산하다. 통행료가 워낙 비싸서 이 부근은 고속도로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 오늘의 주제는 "북한"이다. 압록강 철교와 북한 국경 마을을 바라볼 기대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 이동중 잠시 정차한 고속도로 휴게소.
아무리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일이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돼서야 말이 되겠는가.
휴게소를 우리가 통째로 전세낸 꼴이다. ▼
▼ 고속도로 주변 마을 풍경. ▼
▼ 4시간 가까이 달려 단동 부근에 도착했다. ▼
▼ 유람선 선착장. 이 곳에서 보트를 타기로 했다.
내리꽂는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
▼ 보트 한 대에 8명씩 나눠 타고 출발 준비를 한다.
구명조끼가 영 어설프다. ▼
▼ 각양각색의 유람선이 떠다닌다.
보트가 조금 비싸서 1인당 2만원의 요금이다. ▼
▼ 화질은 별로지만 여행할때마다 유용하게 쓰는 18-250mm 망원렌즈가 진가를 발휘할 시간.
북한 아이들 보인다!! ▼
▼ 이제부터 보이는 모든 땅덩어리는 북한 땅이다.
빠르게 흔들리는 보트 안에서 사진찍기가 영 불편하다.
아차 하면 렌즈에 물이 묻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
▼ 북한 군인의 모습은 절대 찍지 말라고 했지만 보트로 지나친 뒤 망원으로 몰래 당겨본다.
그런다고 설마 총을 쏘는건 아니겠지. ▼
▼ 흑백 사진이었다면 우리네 6,70년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북쪽 사람들을 직접 보는 것은 난생처음이라 생경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
▼ 민가의 살림살이까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큰 마을이 없다.
몇 채의 민가들...
저들 집에는 또 얼마나 사연많은 삶의 서사가 담겨 있을 것인가. ▼
▼ 보트가 잠시 멈추어서 포토 타임을 갖는다.
망원으로 열심히 당겨 봤지만 그들의 일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아무런 단서도 보이지 않는다. ▼
▼ 더 멀리 북녘땅을 줌으로 당겨본다.
맑은 날씨임에도 시야를 가로막는 박무가 원망스럽다. ▼
▼ 산천은 웬지 낯익은 모습이다.
어릴 적 70년대에는 괴물들이나 살고 있는 곳으로 여겼던 땅..
그 금단의 땅을 바라보노라니 정체모를 목마름이 느껴진다. ▼
▼ 보트가 모두 멈춰서 강변 양안을 바라보고 있다.
특별난 풍광은 없다. 그러나 시간은 빨리 흐르고 있다. ▼
▼ 문제의 북한 담배.
100위안. 우리 돈으로 거의 2만원이다.
보트 주인이 잘 아는 북한 병사와 흥정이 잘 돼서 저 담배를 주면 잠시 북한땅에 내릴 수 있단다.
결국 일행중 한 명이 대표로 담배 한 보루를 샀다.
물론 북한 군인 한 명이 강가에서 손짓을 했기 때문이다.
잘만 되면 정말 월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 모두 국정원에 잡혀 가는 것은 아닌지...??▼
▼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저 친구.
우리를 보고 손짓을 해서 기껏 담배를 샀는데, 보트가 뭍으로 접근하는가 했더니..
드디어 북한 땅을 밟아보는가 싶었던 그 순간,
보트 기사가 담배를 강변으로 던져 버렸다!!!
말이 안 통하니 무슨 영문인지 항의할 수도 없고, 우리 모두는 황당해져 버렸다.
정작 손짓으로 우리를 부른 북한 군인은 저렇게 딴청을 부리고 있다.
저 담배 한 보루면 저들의 한 달치 봉급에 해당하는 가치라니 작은 도움이나마 주었다고 합리화할 수도 있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중국애들이 짜고 연극을 하는게 아닌가 싶은 의심마저 든다.
나중에 가이드 말로는 저녁 무렵 어둑해질 때에나 상륙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뭔가 당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북한 아이들.
가까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역시 망원으로 당긴 사진이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녀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
▼ 그들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몇몇 아이들은 수줍게 손을 흔든다.
하지만 우리는 지척에서도 "안녕!!"이라는 말 외에는 한 마디도 건넬 수가 없었다.
누구 말마따나 생각같아서는 용돈이라도 얼마 쥐어주고 싶었지만 역시 보이지 않는 큰 긴장감이 강물 위로 흘러 간다.
그러나 아이들의 순박한 표정 어디에서도 이념의 장벽 따위는 읽을 수가 없다. ▼
▼ 선착장으로 돌아 왔다.
허무한 감정이 밀려 온다.
오늘따라 햇빛은 유난히 눈부시다. ▼
▼ 점심 식사를 위해 단동 시내, 압록강 철교로 이동한다. ▼
▼ 압록강 다리를 오가는 자동차와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다리 건너가 바로 북한땅이라는 사실이 아직까지도 잘 실감이 나지 않는다. ▼
▼ 다리 건너 북한 땅에는 놀이 시설도 보인다. ▼
▼ 한복을 빌려 입고 신나게 사진찍는 이들은 모두 중국인이다.
이 모든 풍경이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
▼ 점심 식사 장소에 도착했다.
북한 식당이다. ▼
▼ 중국 본토에서 북한식당을 만나는 것이 아주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북녘땅이 바라다 보이는 이곳에서 만난 북한 식당은 좀더 특별하다.
모든 음식이 정말 맛깔스럽다.
입이 짧은 편인 내게도 아무런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만두와 순대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명실공히 이번 여행 최고의 식사.
모든 일행이 평양식 냉면까지 추가로 시켜서 먹었다.
익숙한 우리네 음식에 역시 우리는 하나의 민족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
▼ 남남북녀라던가. 명불허전이다.
아이들이 유난히 곱다. ▼
▼ 이 식당은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식당은 아닌 것 같다.
바로 건너편의 유경식당보다는 규모가 작은 북한 식당이다.
음식을 서빙하던 아가씨들이 하나둘 옷을 갈아입고 나오더니 작은 공연을 시작한다.
본래는 정해진 공연시간이 있지만 우리 일행이 많다보니 우리 시간에 맞춰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다. ▼
▼ 이 동영상을 찍고 있으려니 주책맞게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나는 청승떠는 짓과는 거리가 먼 편인데 이 무슨 싸구려 감정 과잉이란 말인가.
저들에게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 맞이하는, 스쳐 지나가는 손님들일 뿐일텐데..
지금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다만 많은 사람들 옆에서 하마트면 눈물을 보일 뻔한 것은 사실이다. ▼
▼ 이제 모든 일정은 끝났다.
단동항으로 가는 길에 작은 쇼핑센터에 들러 들쭉술을 몇 박스 산다.
덕분에 배에 오르는 길이 다시 고역이 된 것은 잠시 뒤의 일이다.
출국 수속이 너무 길어져서 모두 또 지쳐 버렸다. 이런 만만디 같으니라구...
이제는 어느덧 친숙해진 단동훼리에 올라서 편안하게 한 숨 자고 싶을 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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