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 이 름 : 풍악산(楓岳山, 300대명산/산림청 숨겨진우리산 318번째)
2. 위 치 : 전라북도 남원시, 순창군
3. 높 이 : 605미터
4. 산행일시 : 2022. 4. 24.(일) 10:05-15:05 (5시간, 순수산행시간 4시간10분)
5. 산행거리 : 10Km
6. 산행코스 : 신촌마을회관 → 신계리 마애여래좌상 → 신계리 갈림길 → 풍악산 정상 → 노적봉 → 닭벼슬봉 → 호성암지(마애불상) → 혼불문학관
7. 동행자 : 인천사계절산악회 40명(마누라)
- 작년 이맘때 알람을 잘못 맞추는 황당 실수로 돈과 기회를 날려버렸던 풍악산을 찾았다. 일요일 산행은 불편하지만 마침 인천에서 출발하는 산악회가 있으니 얼씨구나 따라나선 것이다.
만만히 여겼던 풍악산에서 제법 고생을 한다. 30도에 육박하는 때이른 무더위 탓인지 짐작보다 훨씬 힘들었던 하루였다. 마침 생일인 마누라를 살살 꼬셔서 동행했건만 어찌나 눈치가 보이던지 막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 풍악산은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자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유래를 알 수 없는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이나 노적봉 마애불상 등으로 짐작해 보면 수천년 이상 사람들과의 삶을 함께 했던 것이 확실해 보인다.
나는 인간사와 완전하게 단절된 산은 전혀 의미없는 존재라고 늘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나 사건의 무대였던 공간보다는 앞서간 이름없는 무명인들의 흔적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산행지를 특히 주목하는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풍악산은 누천년(累千年) 이상 말없이 남원 일대를 품어왔던 거대한 존재로 여겨진다.
확실하게 알려진 유명세는 최근 최명희의 소설 '혼불' 정도에 불과하지만 풍악산 자락에는 무수한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우주론적 서사가 켜켜이 쌓여있는 셈이다.
- http://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63898
- 금강산(金剛山)처럼 경관이 아름다워 이름을 풍악산(楓岳山)이라 하였으며 단풍나무산이라고도 한다.
동쪽으로 교룡산(蛟龍山)[518.9m], 남쪽으로는 곡성군의 동악산(東嶽山)[735m]·통명산(通明山)[764m], 북쪽으로는 팔공산이 바라보인다. 응봉~풍악산~노적봉(露積峯)으로 이어지며 풍악산과 노적봉에서 발원하는 옥율천(玉栗川)·대곡천(大谷川)·풍촌천 등의 준용 하천이 흐른다. 능선에는 소나무 단일수종으로만 이루어진 숲이 울창하여 9월에서 11월까지 송이가 많이 생산되며, 산 이름과는 달리 단풍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에는 뫼 산(山)자의 커다란 삼각형 바위가 자리 잡고 있다. 산은 높지 않지만 섬진강 옆의 평지에 우뚝 솟아올라 산행할 때 조망이 좋으며, 특히 정상 주위는 시원한 전망과 함께 온갖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을 갖추어 경관이 빼어나다. 산행로로는 신계리 오동마을을 기점으로 서능과 북능을 거쳐 정상에 올랐다가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을 거쳐 신촌마을로 돌아오는 6㎞ 코스와 정상에서 동계면 내령마을로 내려오는 4.9㎞ 코스가 있다.
풍악산 동쪽 중턱에 우뚝 솟은 바위에는 보물 제423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의 불상인 신계리 마애여래좌상(新溪里磨崖如來坐像)이 있다.(한국학중앙연구원-향토문화전자대전 참조)
- http://www.sansan.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9
-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0212130038379354
▼ 신계리 신촌마을회관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A코스는 20여분 전 비홍재에서 내렸고 나는 이를테면 B코스이다. ▼
▼ 마을을 지나 고속도로 밑을 통과해야 한다.
잠시후 오른쪽으로 걸어야 할 풍악산 능선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
▼ 왼쪽으로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이 응봉이다. ▼
▼ 길을 아는 사람이 없길래 어찌하다보니 내가 선두대장으로 나섰다.
마누라가 두번째로 내 뒤를 따르고 있다. ▼
▼ 지도로 익숙한 임도가 나타났다. ▼
▼ 내 차를 끌고 왔더라면 여기에 주차하고 원점 산행을 했을 것이다.
몇 년 동안 열번도 넘게 도상훈련을 했었기에 처음이지만 익숙한 느낌이다. ▼
▼ 임도에서 잠깐 오르면 범상치 않은 위치에 신계리 마애여래좌상이 나타난다. ▼
▼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잘 보존된 것이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
- http://namwon.grandculture.net/namwon/toc/GC00601478
▼ 마애불상 측면의 모습. ▼
▼ 마애여래좌상을 지나면 본격적인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된다. ▼
▼ 예상보다 가파르고 험난한(?) 등로가 이어진다.
땀은 줄줄 흐르고 모처럼 멀미가 날듯한 증상까지 느껴져서 자주 쉬어간다.
결국 자리에 앉아 마누라도 앞질러 보내고 캔맥주 하나를 홀로 마시며 10여분간 쉬어야 했다. ▼
▼ 겨우 능선에 이르러 한숨 돌린다.
왼쪽은 응봉, 비홍재로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
▼ 능선에만 오르면 엄청 편할 줄 알았더니 한참을 오르내리며 걸어야 한다. ▼
▼ 건너편 교룡산의 모습.
교룡산 일대도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깊은 공간이다. ▼
▼ 정상 직전의 갈림길.
자차 원점산행이라면 풍악산 정상을 찍고 여기로 돌아와 하산했을 것이다. ▼
▼ '뫼 산(山)' 글자모양으로 유명한 기암. ▼
▼ 정상 잔디에 앉아 마누라와 점심을 먹는다.
더위를 먹은 것처럼 입맛이 없다.
소주 한 잔에 겨우 허기만 면한 수준이다. ▼
▼ 정상에서 30분을 쉬고 천천히 능선길을 걸어간다. ▼
▼ 시계가 흐릿하여 조망은 볼 것이 없다. ▼
▼ 산행 내내 북남원IC와 교룡산이 눈길을 끈다.
교룡산 너머 희미한 것은 지리산 자락이다. ▼
▼ 능선길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 ▼
▼ 노재현 등은 "최명희의 소설 『혼불』에서 추출한 소나무의 경관언어"(2014년)라는 논문에서 최명희가 묘사한 풍악산 소나무의 존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소설 『혼불』의 서사구조상 소나무는 하늘과 땅, 신과 인간 그리고 성(聖)과 속(俗)을 넘나드는 상징으로서 소설 속 주인공들의 정신과 정서를 대변하는 표상이었으며 ‘혼불’ 이라는 정신성을 관통하는 정체성의 코드이기도 하였다. 『혼불』에서는 소나무라는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생명체를 통해 자연의 인격화, 사물의 신격화 그리고 공간의 우주화를 추구한 것으로 이해된다." ▼
▼ 한편 한국인의 정서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인위적으로 가꾸는 산림정책이 비판받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33881.html ▼
▼ 노적봉이 가까워지며 바위와 계단이 자주 나타난다. ▼
▼ 순창 방향 파노라마 전경.
용궐산, 채계산도 있을텐데 어딘지 식별하기는 어렵다. ▼
▼ 당겨본 교룡산과 드래곤레이크CC. ▼
▼ 노적봉이 모습을 드러내고. ▼
▼ 왼쪽으로 가야할 닭벼슬봉이 유난히 뾰족해 보인다.
흔히 계관봉(鷄冠峰)으로 부를 수 있었을텐데 우리말 이름을 지킨 것이 매우 좋게 느껴진다. ▼
▼ 노적봉에서 바라본 사매면 일대 파노라마 전경. ▼
▼ 닭벼슬봉 오르기가 힘들다.
노적봉을 지나 한참을 쏟아져 내린 뒤에 다시 가파르게 치고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
▼ 노적봉 일대 능선의 소나무숲이 근사한 모습이다. ▼
▼ 작은 봉우리를 또 넘어야 하는줄 알고 급좌절했지만 다행히 저 아래에서 오른쪽으로 하산하게 된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잠깐 쉬던중 손으로 날벌레를 쫓으려다 카메라를 바위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목에 걸려있는 걸로 순간 착각한 탓이다.. DSLR 마운트 부분이 또깍, 부러져 버렸다...ㅜㅜ ▼
▼ 어이없는 사고로 카메라가 돌아가셨으니 나머지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어야 한다. ▼
▼ 마애불삼거리를 지나 울창한 대숲을 잠시 오르면, ▼
▼ 호성암지의 마애불상이 나타난다.
http://namwon.grandculture.net/namwon/toc/GC00601466 ▼
▼ 8년만에 다시 찾은 혼불문학관은 변함이 없다. ▼
- http://encykorea.aks.ac.kr/Contents/SearchNavi?keyword=%EC%B5%9C%EB%AA%85%ED%9D%AC&ridx=0&tot=2
- 주린 배를 움켜쥐고 1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버스가 출발한다. 인천에서는 나름 오지산행을 하는 산악회아자만 오늘 멤버들 모두 산행이 힘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 부부만 힘든 것은 아니었구나, 위안을 삼으며 마누라 생일 기념 빡센(?) 遊山의 하루를 마감하였다.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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