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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우리산 252(完)

320.경남 하동 성제봉(1,112m) 철쭉과 구름다리를 찾아나선 천신만고 산행(2022.5.5)

by 일신우일신1 2022.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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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성제봉(聖帝峰, 300대명산/산림청 숨겨진우리산 320번째)

2. 위 치 : 경상남도 하동군
3. 높 이 : 1,112미터
4. 산행일시 : 2022. 5. 5.(목) 12:40-18:15 (5시간35분, 순수산행시간 5시간 이내)
5. 산행거리 : 11.7Km
6. 산행코스 : 노전마을 입구 → 노전마을회관 → 대나무숲 → 성제봉 정상(1,112m) → 철쭉제단 → 구름다리 → 신선대 → 보문사 갈림길 → 보문사 → 최참판댁 주차장
7. 동행자 : 좋은사람들 27명

 

 

- 철쭉을 노리며 몇 년을 기다린 성제봉에서 악전고투하고 말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사상초유의 날벼락이다. 이러다가 조난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구체적 두려움을 떠올린 것은 500여회 산행에서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멀쩡한 등산지도를 따랐으니 알바는 아니다. 산행공지는 수리봉을 거쳐 가는 걸로 안내되었지만 나는 평소처럼 사전 도상훈련을 통해 지도에 확실하게 나와있는, 유일한 등산로를 따랐을 뿐이다. 그러나 그 어떤 알바의 경험보다 호된 충격이 남았다. 일단 황당했던 고난의 원인을 따져보자.

 

- 첫째, 아는 것이 때로는 병이 된다. 물론 어설프게 알았기 때문이다. 5,6년 전부터 수십번을 들여다본 코스였기에 충분히 알고 있다고 자신하였다. 수많은 산행기와 등산지도, 웹GIS까지, 그 어떤 자료에서도 내가 선택한 구간이 최악의 숲속이라는 정보는 발견하지 못하였다.

 둘째, 카카오맵, 네이버지도를 너무 믿었다. 인터넷지도 믿다가 몇번 낭패를 겪은 후 늘 조심하였지만 카카오맵과 네이버지도 모두가 유일한 등산로로 표시한 길이 완벽한 막산일 줄이야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 문제는 다시 돌이켜봐도 내가 잘못한 부분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름 쌓아온 산행 경험과 실전 노하우의 인식체계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심각한 타격이 가해진 것이다.

각설하고 결론은 노전마을 기점의 산행을 한다면 무조건 수리봉을 거쳐야만 한다. 수리봉을 거치는 것이 성제봉과 연결되는 유일한 등산로이다. 생각없이 청학사를 거쳐 등산로 표시를 따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설프게(?) 지도를 믿고 내가 헤맨 코스를 선택한다면 엄청난 위험에 직면할 수 있을 것이다.

 

▼ 왼쪽은 내가 걸은 GPS 궤적을 카카오맵에 표시한 것이고, 오른쪽은 인터넷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등산지도이다. 그 어디에도 수리봉 오르는 길은 보이지도 않거니와 내가 걸었던 구간이 유일한 등산로인 것처럼 표시되어 있다. 무엇으로 보나 수리봉을 오르는 코스가 오히려 불확실한 것으로 여긴 것이다. ▼

 

- 철썩같이 믿었던 산행자료와 인터넷지도에 호되게 뒤통수를 맞은 후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인간의 삶과 무관한 산이야말로 전혀 의미없는 존재라 여겨 왔지만 새삼 현실적 명제에 주목하게 되었다. 산자락을 중심으로 한 통시적(diachronic), 공시적(synchronic) 양태를 추상적으로만 떠올렸다는 반성이 생겨난 것이다.

결국 사람이 다녀서 길이 생겼다. 지금 현재, 실제적으로 앞서간 이들의 수많은 발걸음과 관리주체의 노력으로 산길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산행중에는 사람을 멀리 하고 온전히 자연과 마주하겠다는 내 우아한 똥폼(?)은 '길을 잃었다'는 인지부조화의 실존적 두려움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결국 그동안 내가 다닌 것은 '산' 자체가 아니었다. 그저 사람들이 만든 '길'을 걸었던 것이다.

 

- 성제봉은 높이 1,115.2m로 세석고원에서 남쪽 삼신봉으로 뻗어 내린 지리산 남부 능선 끝에 솟아 있다. 성제봉에는 옛 산성을 비롯해 신선대, 통천문 등 기암들이 있고, 섬진강을 바라보는 조망점으로 그 위치가 탁월하다.

성제봉은 우뚝 솟은 봉우리가 우애 깊은 형제와 같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성제는 형제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보통 악양면 등촌리에서 오르기 시작하여 고소산성을 따라 내려가거나 성불재를 거쳐 쌍계사로 간다. 사적 151호로 지정된 고소산성은 해발 300m에 위치하여 있으며, 삼국시대 당시 요충지로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던 곳이다. 성제봉에 오르면 소설 『토지』의 주요 무대인 평사리들의 풍성함과 아름답고 푸른 섬진강의 비경, 그리고 섬진강 건너 우뚝 솟은 백운산의 자태를 볼 수 있다.

매년 철쭉이 필 때면 성제봉 철쭉제가 열려 산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향토문화전자대전 참조)

 

 

▼ 노전마을 입구에서 산행 시작.

어린이날이라 고속도로가 막힌데다가 버스기사의 답답한 운전으로 예정시간보다 거의 2시간이 늦어졌다. ▼

 

 

▼ 노전마을회관을 지나고, ▼ 

 

 

▼ 멀리 구름다리를 당겨본다. ▼ 

 

 

▼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 

 

 

▼ 청학사까지는 오른쪽으로 걸어 갔어야 했는데..

어차피 만나는 길이라 생각하고 직진한다. ▼ 

 

 

▼ 오늘 나와 같은 코스를 선택하여 함께 고난을 겪은 이름모를 동행자.

위에서 만나는 길이라는 내 말에 인터넷 지도를 확인한 후 그냥 직진하였으니 어찌보면 나 때문에 고생길로 빠져든 셈이다. 막판에 오갈데 없는 숲속에서는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 

 

 

▼ 들머리에서 35분. 대숲을 지난 후 갑자기 길이 사라졌다. ▼

 

 

▼ 한참을 헤매다가 네이버지도에 의지하여 널찍한 길로 합류하였다. ▼ 

 

 

▼ 머리 위로 정상부도 보이고, 이제부터는 설마 확실한 등로가 이어지겠거니... ▼

 

 

▼ 숲속길은 엄청나게 희미하다. ▼

 

 

▼ 그러나 어느 순간 희미한 길의 흔적마저 또 사라져 버렸다.

산행 시작 1시간째, 또다시 되돌아서 헤매게 되었다. ▼

 

 

▼ 무지막지한 산죽숲을 헤치고 나아간다.

분명히 네이버지도에 나와 있는 길을 오르고 있는데..? ▼

 

 

▼ 잠시 밀림을 벗어나 한숨 돌린다.

이제부터는 설마 길이 헷갈리지는 않겠지..?. ▼

 

 

▼ 이후 1시간반이 넘도록 악몽같은 바위지대와 산죽숲 급경사를 헤매게 되었다.

나의 실제 산행 궤적을 살펴보자. 왼쪽은 네이버지도, 오른쪽은 카카오맵에 표시된 이동경로이다.

주저하며 헤매고 다닌 흔적이 보이거니와 네이버지도에는 마치 대로와 같은 등산로가 있는 것처럼 하얗게 도로 표시까지 되어 있다. ▼

 

 

▼ 지도와 달리 실제는 이 모양이다. ▼

 

 

▼ 심지어 낙엽으로 덮인 부분을 잘못 딛는 바람에 오른쪽 다리가 바위틈으로 가랑이까지 쑥 빠져 버렸다.

다행히 무릎에 피멍 몇 개 드는 정도로 끝났지만 난생 처음 겪는 아찔함에 슬슬 넋이 나가기 시작한다.

하마터면 바위밑으로 떨어져 크게 다칠뻔 한 것이다. ▼

 

 

▼ 그리고 내내 이 모양이다.

도저히 길이라고 할 수 없는, 사람다닌 흔적이 전혀 없는 산죽숲을 온몸으로 훑고 지나간다.

하필 오늘 나는 반팔 상의를 입었다...!. ▼

 

 

▼ 머리가 지끈하여 살펴보니 저 뾰족한 부분에 부딪혔다... ▼

 

 

▼ 장장 2시간의 사투(?) 끝에 능선이 나타났다.

팔뚝과 얼굴에는 산죽숲에 할퀴고 쓸킨 상처가 수십 군데, 머리와 무릎의 타박상까지 몸 상태도 지치고 망가졌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지쳐 버리고 말았다. ▼

 

 

▼ 능선길까지 장장 2시간50분이 걸렸다.

거의 2시간 동안 인지부조화의 혼란 속에서 헤매고 보니 완전히 혼이 빠져 버렸다. ▼

 

 

▼ 표정은 여유로운 척 했지만 오른팔 핏자국과 바짓가랑이 상태가 몰골을 웅변한다.

집에 와서 보니 팔뚝과 얼굴의 베인 상처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

 

 

▼ 왼쪽 수리봉 능선에만 실제 등산로가 있다.

나는 가운데 계곡길 언저리를 뚫고 올라왔다. ▼

 

 

▼ 가야 할 길. ▼

 

 

▼ 건너편 다녀왔던 성제봉. ▼

 

 

▼ 수리봉 방향 파노라마 전경. ▼

 

 

▼ 철쭉제단에 주저앉아 대충 허기를 채운다.

오후 4시가 되도록 먹은 것이라곤 아침의 단팥빵과 양갱 하나가 전부이다.

아까 바위틈으로 떨어진 후유증 탓인지 오른쪽 다리가 자꾸 마비되는 느낌이다. ▼

 

 

▼ 악양 벌판과 건너편 칠성봉 마루금. ▼

 

 

▼ 오늘의 하이라이트 구간.

이런 그림을 보려고 5,6년을 기다린 것인데...

철쭉은 만개하였거니와 억울한 생고생이 자꾸 떠올라 왠지 처량한 느낌이다. ▼

 

 

▼ 이하는 모두 설명이 필요없는 그림들이다. ▼

 

 

▼ 철쭉 구경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더니 조금은 마음이 급해졌다. ▼

 

 

▼ 그러나 신선대 이후 능선길이 예상보다 험해서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 ▼

 

 

▼ 돌아본 신선대 구름다리와 철쭉 평원. ▼

 

 

▼ 보문사 방향, 지리산 둘레길로 탈출한다.

얼른 내려가서 식당이라도 들러야겠기에 서두르는 것이다. ▼

 

 

▼ 오후 6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 숲속은 금새 어두워진다. ▼

 

 

▼ 네이버지도를 보고 주차장까지 최단 경로를 따라 풀숲을 가로지른다. ▼

 

 

▼ 버스 출발까지 30분이 채 남지 않은 시각.

최참판댁부부송밀면집에서 국수 한 그릇에 소주 한 병을 후다닥 해치운다. ▼

- 징검다리 연휴의 첫날, 산행에서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본래 계획은 다음날부터 차를 끌고 마누라와 함께 1박2일 산행  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는데... 갑자기 산이 무서워졌다..

그렇게 연휴의 나머지 3일은 집에서 요양하며 보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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