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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는 100대명산

뭉게구름 위 가을 설악산의 아름다움과 실망스러운 단풍

by 일신우일신1 202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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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 이 름 : 설악산 (雪嶽山, 산림청 100대명산)

2. 위 치 : 강원도 인제군, 속초시, 양양군

3. 높 이 : 1,708미터

4. 산행시간 : 03:30 - 14:50 (11시간20분, 순수산행시간 8시간30분)

5. 산행거리 : 16Km

6. 산행코스 : 오색탐방지원센터 → 대청봉 → 소청 → 희운각대피소 → 천불동계곡 → 설악동 주차장

7. 동행자 : 경총산악회 24명

 

 

- 자칭 저질체력자가 많은 경총CEO산악회 정기산행일.

올들어 처음으로 무박산행을 진행하지만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

대청봉을 처음 오르는 사람들도 있어서 혹여 중간에 탈진하기라도 하면 대책이 없겠기 때문이다.

또 하나 걱정은 내 몸상태에 관한 것이다. 지난주 개천절 연휴때 전북의 산 세 군데를 다녀온 다음날부터 결국 엉덩이 종기가 재발하고 말았다. 사흘을 꼼짝도 못하고 드러 누워 있다가 종기가 터지면서 겨우 일어는 났지만 아직 부기가 덜 빠진 상태여서 장시간 산행은 사실 무리하는 것이다. 바로 전날도 총괄 준비를 했던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명성산을 갔다가 통증이 심해서 산행을 포기했던 터이다.

 

- 어쨌든 버스는 출발했다. 아니나다를까 일반 산악회와 달리 야유회 수준으로 생각하고 참석하는 몇몇 멤버들은 무박산행 버스안에서 이미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물론 일찌감치 B코스를 선택한 이들이다.

덕분에 전혀 잠을 못잔 채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다. 무박산행은 자주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렇게 잠을 못 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인솔자로서의 부담감 탓인지 이 멤버들과의 산행은 유난히 피곤함을 느끼게 한다.

총34명의 참석자중 B코스 10명을 남겨 놓고 새벽 3시반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고 보니 의외로 버스가 몇 대 없다. 잘 하면 근사한 산행이 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감은 잠시. 탐방로를 들어서자마자 모든 일행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말았다. 전국의 산악회가 모두 설악산으로 온 것인가.. 단풍 구경은 커녕 사람 뒷꽁무니만 신물나게 보며 추위에 달달 떠는 사상 초유의 산행이 되고 말았다.

 

- 그 누가 설악산 단풍이 멋지다고 말했던가. 단풍철에는 처음 찾은 설악산의 단풍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인지 천불동 계곡의 단풍도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명지산이나 방태산의 단풍이 훨씬 나은 것 같다. 차라리 가까운 북한산의 단풍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덕분에 익숙해진 천불동 계곡길이 꽤나 지루하게 느껴진다. 비선대를 지나서는 아예 졸면서 산을 내려왔다. 내 뒷모습을 본 등산객들에게는 만취해서 비틀거리는 걸로 보였을 것이다.

산을 내려와서도 두 시간이 훨씬 넘게 기다려야 했다. 나름 넉넉하게 11시간을 줬지만 늦어지는 멤버들이 속출한 탓이다. 후미로 내려온 이들은 15시간이 걸린 셈이다.

 

 

▼ 세워진 버스가 몇 대 없어서 처음에는 등산객이 많지 않은 줄 알았다. ▼

 

 

▼ 사람들이 어둠 속에 그저 서 있다.

사람만 내려놓고 버스는 바로바로 빼게 해서 차가 많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그래도 길게 줄이 늘어선 채 천천히 진행은 될 줄로 알았는데 이런 상황은 전혀 예상 밖이다.

입구부터 200미터를 진행하는데에만 꼬박 30분이 걸렸다. 이런 젠장... ▼

 

 

 

▼ 잠시 길이 열리나 했더니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치고 오른다.

차가운 가을 새벽에 몸도 풀리지 않은 채 마구 언덕을 오르니 호흡이 완전히 흐트러진다. ▼

 

 

▼ 잠시 땀을 흘리고 났더니 그래봤자 또 서 있는다.

땀에 젖은 몸으로 가만히 서 있자니 한기가 몰려온다.

게다가 졸립기까지... ▼

 

 

 

 

 

▼ 불과 2km도 진행하기 전에 날이 밝아 버렸다.

벌써 3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

 

 

▼ 날이 밝으니 그나마 정체는 없어졌다.

그러나 지금부터 3km가 가장 가파른 구간이 아닌가.

냉탕, 온탕을 번갈아 뛰었더니 컨디션은 엉망이고 자꾸 뒤로 처지는 멤버 한 사람과 보조를 맞춰 주려니 걸음이 자꾸 더뎌진다.

혼자 치고 올라 가기도 애매하고 자꾸 기다리다 보니 한기에 몸이 굳어간다. ▼

 

 

 

 

 

 

▼ 날도 완전히 밝았으니 뒤로 처지는 멤버의 양해를 구하고 내 페이스대로 걷기 시작했다. ▼

 

 

 

 

 

 

 

▼ 정상이 가까워지자 구름에 덮인 산 아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점봉산 방향 조망. ▼

 

 

 

 

 

 

 

 

 

 

 

 

 

▼ 완전히 구름 위 세상을 걷고 있다.

구름 위 세상은 유리알처럼 맑다. ▼

 

 

 

 

 

 

 

▼ 뻔할 뻔자 아니겠는가.

인파로 뒤덮인 정상석 주변은 언감생심 다가설 수가 없다. ▼

 

 

 

 

 

▼ 사진을 좀 찍어주려 해도 우리 멤버들은 한 명도 볼 수가 없다.

바람은 강하게 불어오고, 후미 신경쓰다 앞 사람들까지 꼬이면 안되겠기에 약속한 중청대피소 집결지로 내려 가기로 했다. ▼

 

 

 

 

 

 

▼ 앞서간 일행들을 만나 소주도 한 잔 마시고 나니 한결 힘이 난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어 혼자라도 먼저 내려 가기로 했다. ▼

 

 

 

 

▼ 구름 아래 세상도 살짝 엿보인다.

웅장한 설악의 봉우리들이 구름 아래에 숨어있다. ▼

 

 

 

 

 

 

 

▼ 구름 아래 세상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간다. ▼ 

 

 

 

 

 

 

 

 

 

▼ 소청에서 희운각대피소로 가는 길에서는 역시나 약간의 정체현상이 생겨난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훨씬 순조로운 흐름이다. ▼ 

 

 

 

▼ 공룡능선 방향도 하얀 구름에 덮여 있다. ▼ 

 

 

 

 

 

 

 

▼ 희운각대피소의 화장실 앞에는 길게 줄이 생겼다.

오늘도 외국인 등산객들이 자주 눈에 띈다. ▼ 

 

 

 

 

▼ 공룡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지금부터는 앞사람들을 마구 추월하며 내려 가기로 한다. ▼ 

 

 

 

 

 

 

 

 

 

 

▼ 천당폭포 도착.

그러나 기대했던 것보다 단풍이 많지 않아 실망스럽다. ▼ 

 

 

 

 

 

 

 

 

▼ 그 옛날 달력 사진 속의 아름다운 설악산 단풍은 어디로 가버렸단 말인가.

피크라는 다음주라고 해서 별반 달라질 것 같지도 않은 그림이다. ▼ 

 

 

 

 

 

 

 

 

 

 

 

 

 

 

 

 

 

 

 

▼ 비선대 부근에 도착하니 암벽 등반을 즐기는 산객들이 보인다.

중간에 쉴 곳도 없어 보이는 직벽 구간이다. ▼

 

 

▼ 비선대를 지나 소공원이 가까워 오면서부터는 쏟아지는 졸음을 참을 수가 없다.

거의 잠을 자다시피 하면서 걷는다.

덕분에 신흥사도 언제 지났는지 기억도 안난다. ▼

 

- 하산후 속절없이 늦어지는 일행들을 기다리며 모든 인원이 집결하고 버스가 출발하려니 벌써 땅거미가 내려 앉고 있다. 예정보다 서너 시간은 늦어진 페이스. 인천 문학경기장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어 간다.

그나마 큰 사고없이 무사히 산행을 마친 것에 안도하며 귀가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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